4화 - 치킨 먹기 딱 좋은 날
치킨가게 복기록
"혹시 오늘, 나 모르게 전쟁이라도 났어?"
치킨집을 하며 남편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일 것 같다. 뜬금없이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지면 남편은 안절부절못했다. 생계가 달린 일이니 하루의 매출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었다. 월 매출로 따지면 매달 안정적이었지만 바로 다음날의 매출을 예측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 치킨집 사장은 으레 기대하게 돼있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치킨집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시원한 생맥주에 닭다리를 뜯으며 함께 환호하는 장면을 말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예상만큼 대박 치는 날은 흔치 않았다. 월드컵 예선전이 열리거나 올림픽 경기가 있어도 구름같이 손님이 몰려드는 일은 없었다. 시간이 애매하거나 화제가 되는 경기가 아니었다고는 해도, 별 재미를 본 기억이 없다. 물론 번화가에 위치한 가게였다면 상황이 달랐겠지만, 남편과 나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각보다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우리는 축구를 좋아해서 광화문에 모인 게 아니라, 그저 흥이 넘치는 민족이라서, 함께 노는 게 좋아서 모였던 거라고... 광화문에 모일만큼의 흥이 오르지 않는 경기라면 치킨집에도 모일 이유가 없다고.
날이 갑자기 추워지거나 비가 억수로 내리는 날은 대체로 손님이 뜸했다. 그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 하지만 날이 너무 더워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할 것이라고 예측한 날, 봄볕이 따뜻해 폴딩도어를 모두 열어젖히고 야외 느낌 나게 준비를 해놓은 날엔 의외로 손님이 뜸했다. 폭설이 내려 옴짝 달짝 못하는 날, 아무 날도 아닌 날, 손님은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전날 발주해 새벽에 받은 재료들이 남아도느냐 동나느냐의 문제이기에 다음날을 예측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지만 딱 맞아떨어진 날은 많지 않았다.
몇 년 전 기사에서 보니 일본에는 AI를 이용해 손님을 예측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손님 수요 예측 적중률이 98%. 메뉴당 주문 수도 계산해 재료의 손실을 줄이고 매출은 늘어났다고 한다. 장사꾼의 큰 고민 하나가 덜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왜 대중화되지 못했을까?
"에잇! 나 안 해! 도저히 알 수가 없어!"라며 결국 AI도 포기한 게 아닐는지...
우리 가게의 처음 오픈 시간은 10시였다.
치킨집인데 10시.
가게는 모름지기 1년 365일, 낮부터 밤까지 열려있어야 한다는 남편의 소신 때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24시간 운영하고 싶다고 했지만 인건비나 관리비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판단은 아니었다. 게다가 우리 매장이 위치한 곳은 막 아파트가 들어선 신도시. 주변에 가게라고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빵집과 편의점뿐이었다. 걸어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근처에 커피숍도 없던 시절이라 오전에 커피를 판매해보았다. 가끔, 어딘가에 앉아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들이 쭈뼛거리며 들어와 커피를 시키기는 했지만 전문점에 비해 떨어지는 커피맛과 맥주 냄새가 진동하는 매장 안 공기는, 아무리 카페형 치킨집이라고 해도 극복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몇 번인가는 점심으로 치킨을 먹으러 오는 직장인이 있었고, 또 몇 번인가는 오전 성당 모임을 마친 신도들이 한꺼번에 몰아닥친 적도 있긴 했다. 손님들은 유난히 남편 혼자 있을 때 들이닥쳤다. 남편 혼자 치킨을 튀기고 홀서빙을 하느라 혼비백산했던 날이 기억난다. 내가 볼일을 마치고 느지막하게 도착하면, 가게는 폭탄을 맞아 있었고 남편은 혼이 쏙 빠진 얼굴로 주방에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포스기를 찍어보며 혼자 매상을 이렇게 올려놓았다며 좋아라 했다. 그런 날이 자주 있으면 좋았으련만 미련을 갖고 가게 문을 열어두기에는 미약한 발걸음이었다.
결국 10시 오픈이라고 써붙였던 문패에서 0을 빼버렸다.
1시 오픈이라고 별다를 것은 없었다. 브런치도, 점심도 아닌 1시는 애매했다. 얼마 안가 오픈 시간은 4시에 정착됐다. 왜 대부분의 치킨집들이 4,5시에 오픈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던 초짜 사장 둘이 결국 두 손 들어 인정한 것이다. 효율적으로 매장을 운영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 그때라는 것, 치킨집은 치킨집다워야 한다는 것을...
치킨 애호가의 입장에서 돌이켜볼 때 치킨을 먹기에 딱 좋은 날과 먹고 싶은 시간이라는 건 애초에 없는 게 아닐까. 치킨은 매일 아무 때나 먹고 싶으니까. 수요예측이 당최 의미 없는 메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