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가게 복기록
함께 일하기도 전에 씁쓸한 기억만 남긴 사람이 있다. 이름도 얼굴도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그분이 하셨던 충격적인 말은 아직도 선명하다.
가게 오픈할 때 구한 주방 실장님이 두어 달 만에 허리 통증으로 갑자기 그만두었다. 급한 대로 남편과 내가 번갈아가며 주방을 맡으면서 구인 광고를 냈다. 쉽사리 구해지지 않았다.
치킨을 튀기는 일은 요리 실력보다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고된 노동이다. 치킨집 주방에 젊은 남자들이 많이 보이는 이유다. 우리 역시 주방 실장님으로 '젊고 성실하며 요리실력도 있다면 금상첨화인 남자분'이 나타나기를 고대했다. 그러던 중 중년 여성 한분이 지원을 하셨다.
통화 후 면접 때 만나 뵌 그분은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분이었다. 마트에서 오랫동안 일하셨다는 그분은 주방일에도 자신감을 보이셨다. 우리로서는 주부 경력이 오래되신 이모님도 나쁘지 않았다. 셰프를 뽑는 건 아니니까. 이런저런 질문과 답변이 오가고 어느 정도 이야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마트에서 일하지 않는 요일에 우리 가게에서 일하고 싶다시며 마지막으로 넌지시 건넨 그분의 한마디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그분을 주방 실장님으로 모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분은 뭔가 쐐기를 박고 싶으셨던 건지 무리수를 던지셨다.
"있잖아요... 만약에 제가 주방에서 일하게 되면요, 식자재 부담을 좀 덜어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마트 마감 담당이거든요. 마감할 때 보면 팔지 못한 채소 재고들이 많아요. 원래는 본사에 반품시켜야 하는 것들인데, 그걸 제가 빼올 수 있어요. 여기 파랑 쑥갓 많이 사가시던데, 그거 제가 갖고 올 수 있어요."
그분의 마지막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남편과 나는 서로를 쳐다봤고 결론을 내렸다. 상의하고 연락을 드리겠다는 말씀과 함께 그분을 돌려보낸 우리는 어이없음, 황당함, 당혹스러움을 교환하느라 정신없었다.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지? 그건, 범죄잖아."
"그러게 말이야. 그런 분이라면 우리 가게에서도 뭔가를 갖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뭐가 문제인지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니까."
당장 우리 부부가 주방일을 하느라 힘들더라도 그런 분과 함께 일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분의 일거수일투족을 의심의 눈으로 따라갈게 뻔히 보였다. 불신과 의혹으로 시작하는 관계라니...
장사를 하며 인력난에 허덕일 때, 누군가 면접을 보러 온다는 것만으로도 설렜다. '주방 실장님이 뽑힌다면 저녁 시간을 아이들과 보낼 수 있겠구나, 남편과 돌아가며 조금은 여유를 부릴 수 있겠구나.'라는 야무진 꿈을 꾸었다. 이제 곧 어느 정도의 해방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품었다. 나와 남편에게 약간의 쉴 구멍을 만들어 줄 구세주가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상대가 우리 맘에 차지 않는 경우, 시간이 안 맞는 경우, 온다고 해놓고 잠수를 타버리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으로 인해 다시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올 때의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쉬운 대로 그냥 오라고 할까?' 하는 마음이 수백 번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결국 내린 결론은...
우리가 가졌던 꿈, 기대, 희망을 접는 한이 있더라도 아닌 사람은 아니다.
원칙과 신뢰를 우습게 보는 사람,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
아닌 사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