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 치킨에는 소주...

치킨가게 복기록

by 늘봄유정



가게 문을 닫는 새벽 1시는 늘 출출했다. 이른 저녁을 먹기 때문이기도 하고 몇 시간을 앉을 새도 없이 일하다 보면 진이 빠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습관이었다. 남편과 나는 둘이서 또는 직원들과 함께 문 연 식당을 찾아 들어가 그득하게 챙겨 먹고 집으로 향하곤 했다.


그 시간에 영업을 하는 식당은 생각보다 많았고 24시간 운영하는 집도 많았다.

대표적인 음식은 감자탕.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유명한 감자탕에 들러 밥까지 볶아 먹고 나면 세상 시름이 잊혔다. 24시간 짬뽕집, 갈매기살 집도 직원들과 자주 갔다.

매출이 좀 괜찮았던 날이나 우리 부부의 특별한 기념일 같은 때에는 한우를 먹으러 갔다. 판교 근처에 24시간 한우구이 식당이 있었는데, 그런 곳이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새벽 2시에도 숯불에 구운 고기를 직원의 서빙을 받으며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무엇보다도, 그 시간에 고기가 입으로 들어갔으며 꽤나 맛있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부부에게 최고의 야식으로 꼽히는 것은, 우리가 팔던 치킨이다.

튀김옷 잔뜩 묻은 크리스피 치킨을 홍초 소주와 함께 먹으면, '새벽 2시인데... 이거 먹고 바로 자면 내일 아침 장난 아니게 부을 텐데...'라는 걱정도 사라졌고 삶의 만족도가 단번에 올라가는 기분도 들었다. 남편이 좋아하던 담백한 전기구이도 야식의 단골 메뉴였다. 거의 매일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우리는 치킨을 사랑했다. 다른 음식점이 아닌 치킨집을 선택한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로 우리가 튀긴 치킨은 너무 맛있었다.

그렇게 1일 1닭을 하던 3년간의 야식 생활 끝에 우리는 엄청난 발견을 했다.

'치킨에는 맥주'가 아니라 '치킨에는 소주'라는 것.


기름진 치킨에 맥주까지 곁들이면 어느 순간 속이 더부룩해지고 느글거린다. 하지만 소주와 함께 먹는다면 치킨의 담백함과 소주의 깔끔함이 더해지면서 야식이 던져주는 죄책감에서도 해방되고 다음날 머리도 속도 개운하다. 치킨에는 소주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저자 빅터 플랭크는 말한다.

"인간은 행복을 찾는 존재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 내재해 있는 잠재적인 의미를 실현시킴으로써 행복할 이유를 찾는 존재이다. 일단 의미를 찾고 나면 행복도 찾을 수 있고 시련을 견딜 수 있는 힘도 갖게 된다."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Yes"라고 대답할 수 있었던 것. 당시 우리에게 삶의 의미는 그것이었다.

새벽 두 시 함께 나눈, 치킨에 소주!


* 금요일이다.

불금에는 치킨... 치킨에는 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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