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배달 주문한 족발 속 부추무침 그릇에 살아있는 생쥐가 있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주문한 소비자가 얼마나 당혹스럽고 역겨웠을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매장을 직접 찾은 기자 앞에서마저 버젓이 돌아다녔다는 쥐의 존재는 경악, 그 자체였다. 도대체 어떤 브랜드인지, 어느 곳에 있는 매장인지를 흥분하며 검색해보았다. 그러다 문득, 우리 가게에 출몰했던... 우리가 '쪼꼬미'라고 불렀던 고 녀석이 떠올랐다...
판교 신도시의 2010년, 2011년은 황량했다. 상가지역에는 여전히 공사 전인 곳이 많았다. 빈 땅이 많았다는 얘기. 우리 가게도 공사가 예정된 빈 땅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게 어떤 의미냐면... 먹을 것을 찾는 생물들이 호시탐탐 노릴 수 있다는 의미였다. 특히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는 초겨울에는 주변 땅속에 굴을 파고 살던 동물들이 추위를 피해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는 얘기도 들었다.
초겨울이 시작되던 어느 날,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판교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다. 식사를 다 마칠 즈음 계산을 하고 나가던 나와 친구들은 우리 앞을 쏜살같이 지나가는 생쥐를 발견했다. 주인에게 말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기에 우리가 잘못 봤나 싶었다.
"아무렴, 설마 음식점에 쥐가 저렇게 돌아다닐라고... 심지어 새로 지은 건물이잖아."
가게에 돌아와 내가 경험한 찜찜하고도 의아한 상황을 남편과 직원들에게 알렸다. 모두들 내가 잘못 봤을 거라고 했다. 대체 생쥐가 어디로 들어오느냐, 주인이 그걸 알고도 가만히 있었겠느냐, 큰 벌레 아니었느냐 등등.
그 일이 서서히 잊혀 가던 무렵, 가게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손님 두 분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셨다.
"사장님! 쥐! 쥐!"
"뭐라구요? 쥐요? 어디요?"
문 옆 테이블 밑에서 매장 안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는 생쥐는 온데간데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보여야 잡든지 말든지 할 텐데 어찌나 빠르고 작았던지 보이지 않았다. 손님에게 발견된 것도 죄송하고 무안한 상황이었지만 고녀석을 잡아내지 않고는 장사를 할 수 없었다. 어디선가 나타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너무 컸다.
쥐 전용 끈끈이를 사다가 곳곳에 설치하고 퇴근을 했다. 아무도 없는 깜깜한 밤, 매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생쥐가 끈끈이 한가운데에 박혀있는 먹이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기를, 다음날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실체를 드러내 맘 편히 일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다음날, 매장에 도착하자마자 확인한 끈끈이에는 아무 흔적도 없었다. 영리해서 피해 간 것일까, 손님이 잘못 본 것일까, 그새 나가버린 것일까 온갖 추측을 하며 또다시 나타날지 모른다는 걱정에 발밑을 살피며 며칠을 보내던
어! 느! 날!
마감을 준비하며 청소를 하던 직원이(첫 화에 소개했던 그 성실했던 정기) 부엌 냉장고 밑에 설치했던 트랩에 얌전히 붙어서 죽어있는 작은 생쥐를 발견했다. 첫 발견자인 손님이 묘사했던, 작고 작은 아이였다. 도저히 내 눈으로는 직접 확인할 용기가 나지 않아 상세한 설명만을 부탁했다.
"아주 쪼끄마한대요? 가운데 붙어서 양손에 먹이를 입 앞에 가져가는 자세로 얌전히 박제가 돼버렸어요~ 미키마우스 같아요. 쪼꼬미예요. 쪼꼬미."
쪼꼬미의 최후였다. 작고 연약한 생물이라고 해도 음식점에 쥐가 나타났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어디로 들어왔을지 체크해보니 앞뒤 문 밑의 작은 틈새가 유력했다. 문 밑 틈을 막는 조치를 취해놓고도 맘이 놓이지 않아 끈끈이를 상시 설치해놓았다.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지만 트라우마가 되어 초겨울이 시작되면 주방 바닥에 엎드려 불빛을 비춰가며 냉장고 밑을 확인하고 매장 구석구석을 확인하곤 했다.
생쥐 말고 가게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불청객은 또 있었다. 한 여름 가게 안을 뒤덮은 벌레 때가 주인공이다.
몇 년 전부터는 단속이 시작됐지만 당시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매장 문은 활짝 열어놓던 시절이었다. 모기가 극성을 부리곤 했지만 곳곳에 모기향을 설치하고 테이블 밑에 계피를 붙여놓는 노력으로 어느 정도는 해소가 되는 듯했다. 손님들은 손으로 다리를 툭툭 때려가면서도 치맥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날은, 유난히 손님이 없었다. 남편이 '오늘 우리나라에 무슨 일 났어?'라고 물었던 날 중 하나. 이상하리만치 손님이 없던 그날 밤 9시쯤이었다. 언제 그랬는지도 모르게, 말 그대로 '시나브로' 매장 안 모서리라는 모서리에는 까만 날벌레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개미처럼 생겼고 크기도 개미만 했는데 날개가 달려있었다. 한 마리는 혐오스럽지 않았지만 수만 마리는 공포였다. 손님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얼른 가게 문을 닫고 살충제를 잔뜩 뿌렸다. 그 방법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후 바닥에 떨어진 곤충 사체를 쓸어내는데, 흡사 재난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손님이 떼로 몰려와야 할 매장에 벌레떼의 습격이라니... 씁쓸해하던 여름날이었다.
음식장사가 어려운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백인백색인 입맛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 수요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 자리가 좋지 않다는 것, 맛집이 잘되는 이유는 반드시 맛에만 있지 않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 것 등... 그중 가장 어려운 것이 위생이다. 주변 정리도 깨끗이 해야 하고 식자재 관리도 유통기한 철저히 지켜가며 지난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행주는 매일 삶아야 하고 튀김기 주변의 기름은 수시로 닦지 않으면 어느새 손쓸 수 없을 만큼 덕지덕지 굳어버린다. 닥트라고 불리는 환풍기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필터까지 떼어 닦아주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치킨집은 튀기면서 생기는 유증기 때문에 필터에 기름이 가득하다. 독한 세제를 뿌려 닦아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느새 먼지와 기름이 범벅이 되어 흘러내릴 수 있다.
거기에 언제 어디서 출몰할지 모르는 불청객까지 신경 써야 했다. 최근 이슈가 된 족발집 사태가 우리 가게의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 마냥 다행스러울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이제야 가슴을 쓸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