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 지역사회와 함께 하기

by 늘봄유정

동네 치킨집은 동네와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여기서 동네라 함은 사람을 포함한 동네의 모든 것이다. 동네에 있는 성당, 지역주민센터, 근처 회사 등. 시내 먹자골목에 있는 치킨집과는 분명 다르다. 두 군데 모두 단골이 있고 평판에 신경써야 하는 건 맞지만 동네 치킨집, 그것도 배달을 하지 않는 치킨집은 동네 주민들, 동네와 관련된 모든 것과의 유대관계가 중요하다.


자주 찾는 가족단위의 손님들이 주 고객층이자 지역 네트워크의 중심이다.

부부와 자녀 중심의 한 가족이 가게를 찾는다. 다음날 아빠는 이웃 아빠들이나 축구 동호회 분들을 대동하고 나타난다. 학교들 시험이 끝난 날엔 엄마가 같은 학년 학부모들과 함께 온다. 또 어느 날인가는 오후 4시쯤 아이의 생일 파티를 하기 위해 예약을 한다. 아이의 친구들과 친구들의 엄마들까지 한껏 몰고 오는 것이다. 부부동반 모임을 오는 날엔 우리끼리 추측하던 마을 주민 관계도가 완성된다.

'아, 저 엄마의 남편이 저 사람이었구나...'


가게 근처에 있던 성당도 큰 고객 집단이었다.

청년부 모임이 끝나는 날 밤이면 신부님이 신도들을 이끌고 오셨다. 과거 대학로에서 개그를 하셨다고 했던가? 신부님은 특유의 찰진 입담과 농익은 개그를 하시며 분위기를 끌어올리셨다. 친화력 갑이라 남편과도 친했다. 너무 친해진 게 문제였다. 연말이면 1년간 매출에 도움을 주었던 성당에 30만 원 정도의 성금을 기부했다. 신자도 아니면서... 연말 소식지에 'OO치킨 30만 원 불우이웃 돕기 성금 기부'라는 문구 하나를 넣고 싶었다.

'나두 끼워줘 나두 ~ 나두 이 지역 주민이야~'라고 용썼달까?


지역 유지들과의 유대도 중요했다.

가게 임대주분을 비롯해 상가 각 실의 주인들은 판교 토박이였다. 판교 일대에 넓은 땅을 갖고 농사를 지으시던 그분들은 상가 몇 개씩을 소유한 부자가 되었고 지역사회에서 영향력도 컸다. 남편은 그분들과 친분을 쌓고 지역 사회 봉사자로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다. 지금의 남편은 '괜한 짓 했다.'며 후회할지 모르겠지만 당시로서는 가게를 제대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믿었다. 덕분에 판교동에서 표창장도 받았다.


우리 가게는 테크노벨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아직 테크노벨리 상권이 발달하기 전이라 인근 회사의 직원들이 많이 찾았고 단체 회식도 종종 있었다. 법카를 들고 와서 먹으니 치킨도 많이 시키고 골뱅이, 감자튀김 등의 사이드 메뉴도 골고루 시켰으며 무엇보다 맥주를 많이 먹었다. 치킨보다는 맥주나 음료에서 남는 것이 더 많은 게 치킨집이라는 아이러니.... 그래서 치킨보다 술을 많이 먹는 손님이 가장 예뻤다.

장사는 지역 주민만 바라보고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드시 회사원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밥집은 더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밥은 먹고 일하지 않는가. 치맥은 포기해도...

반대의 경우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역 주민 없이 회사원들만 찾는 가게는 주말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다. 테크노벨리에 차렸던 2호점이 그랬다. 악착같이 주말에 열어주리라 고집 피우다가 얼마 못가 깨끗이 포기해야 했다. 한 명의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는 날이 수두룩했다.


남편은 늘 입버릇처럼 말한다. 앞으로 장사를 다시 하게 된다면 반드시 회사원들과 지역주민들이 골고루 찾을 수 있는 입지를 선정해야 한다고. 그래서 동네에 들어오는 생뚱맞은 점포들을 보면 안쓰러워한다. 어떤 생각으로 이 구석에 저걸 차렸을까 하는 안타까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를 시작하는 누구든 지역사회, 지역 주민들과 돈독해지기를 기도해본다. 어떤 장사든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니 마음을 주고 정성을 쏟으면 그만큼 돌아오지 않겠는가...


남편이 받아온 표창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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