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 문제가 문제가 아닐 때

치킨가게 복기록

by 늘봄유정

장사를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컴플레인에 시달린다. 물론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새겨들어야 할 말들이다. 모두 우리 가게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해주는 말임을 안다. 실제로 도움이 될 때도 많다. '치킨에 기름이 너무 많다, 치킨 속까지 완벽하게 익지 않았다, 불닭발의 매운맛이 인위적인 것 같다, 골뱅이무침의 쫄면이 덜 삶아졌다, 맥주의 탄산이 덜한 것 같다' 등의 이야기를 전해주면 얼른 문제를 파악하고 시정할 수 있다. 고마운 말이다.


하지만 모든 경우, 모든 분이 다 고맙고 그들의 말이 다 귀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특별했던 두건의 일화가 있다.


* 첫 번째

우리 가게는 층고가 높아서 천장에 달린 온풍기로는 실내가 그리 따뜻해지지 않았다. 벽 부착용 히터를 설치해놓고 작은 스탠딩 온풍기를 틀어놓아도 썰렁함이 가시지 않았다. 고심 끝에 가게 안에 들여놓았던 건 '파티오'라고 불리는 야외용 난로였다. LPG 가스통을 연결해 버너에 불을 붙여 사용하는 것이었다. 실내에서는 사용이 금지되었지만 고육지책으로 사용하고 말았다는 변명을 늘어놓아본다. 안전불감증의 전형, 이점은 반성할 일이다.


어쨌든, 파티오를 켜놓으면 금세 실내가 훈훈해졌다. 삿갓모양의 반사판 덕분에 버너의 열기가 빠르게 직접 매장 내부로 전해졌다. 가스통만 주기적으로 교체해주면 됐다. 가스가 떨어졌을 때 사장님께 연락을 드리면 즉시 달려와주셔서 걱정이 없었다. 그날도 그럴 줄 알았다.


추운 날씨치고는 가게에 손님이 만석인 날이었다. 이상하게도 바쁜 날엔 지인들도 많이 찾아왔다. 큰아이 친구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했는데, 집에 있던 우리 아이들도 챙겨서 데리고 왔다. 모처럼 엄마 아빠를 저녁 시간 일터에서 만나 기분이 좋아 보이는 아이들이 치킨을 뜯으며 친구들과 신나게 떠들고 있던 그때였다. 큰아이가 앉아있던 테이블 바로 옆에 앉아 계시던 손님이 사장을 찾았다. 홀서빙을 하고 있던 나는 황급히 손님에게 갔고 그때부터 손님의 컴플레인이 시작됐다.


"아니. 가게가 왜 이리 추워요? 이 난로는 왜 꺼놓은 거예요?"

분명 켜 놓았는데 온기가 사라진 파티오를 확인해보았다. 가스가 바닥나 꺼져있었다. 황급히 가스 사장님께 전화를 드렸다. 받지를 않으셨다. 저녁 7시경이어서 충분히 배달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정이 있으신지 도통 연락이 되지 않으셨다. 손님에게 사정을 말씀드렸으나 손님의 화를 잠재우지 못했다.

"장사를 하려면 이런 것도 미리미리 점검해놓고 해야지. 이렇게 추운 날 난로가 꺼졌다는 게 말이 돼요? 이건 손님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거지!"

계속 머리를 조아리며 죄송하다는 말씀밖에는 드릴 게 없었다. 바로 그때. 옆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떠드는 줄로만 알았던 큰아이가 의자를 힘차게 밀치며 일어나 밖으로 뛰어나가버렸다. 뒷문을 향해 내달리는 아이의 뒷모습만 보아도 엄마인 나는 알 수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구나...

손님과의 대화를 마무리하고 따라나간 아이는 건물 뒤편에 서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달래주려 다가서는 나를 보며 열한 살의 아이는 소리를 질렀다.

"저 아줌마! 어떻게 해버리고 싶어!"


아이를 달래주었어야 했다. 같이 그 손님을 흉봐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한 게 후회된다. '장사를 하는 엄마는 손님의 불만을 무조건 들어줘야 한다, 가스를 미리 챙기지 못한 엄마의 실수가 맞다.'며 아이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누구라도 엄마가 모르는 사람에게 굽신거리며 변명 한마디 못하고 있다면 속상하고 화가 났을 텐데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사장의 아이가 옆에서 듣고 있었다는 것을 알 리 없는 손님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심하게 나무라기는 했다. 일부러 가스를 안 채워놓은 것처럼 몰아세웠으니... 손님의 불만 내용보다도 그분의 태도 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 마음 아픈, 그런 기억이다.


* 두 번째

또 다른, 뇌리에 박힌 컴플레인이 하나 더 있다.

장사 3년째 막바지를 향해갈 즈음이었다. 치킨은 자다가도 튀기고 눈감고도 튀길 정도였고 매출도 안정적으로 나고 있었다. 그저 그런 날, 특별할 것 없는 날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본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본사 홈페이지에 정확히 우리 매장을 향한 컴플레인이 올라왔다는 것이었다. 내용인즉슨, 우리 매장에서 순살 크리스피 치킨을 즐겨 먹던 고객인데 요즘 들어 바삭함이 덜해졌다는 것이었다. 주방 실장이 바뀐 것 같으며 이전의 주방 실장님이 튀겼던 것은 집에 가져가도 바삭하고 식어도 맛있었는데 요즘 주문하면 눅눅하고 맛도 덜하다는 것.

처음엔 반성의 기회로 삼았다. 매너리즘에 빠져 공들이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이전과 다를 것 없는 본사 주문 재료에 변함없는 공정, 포장방법까지 똑같은데 다른 이유가 뭔지 찾아낼 수가 없었다. 일부러 튀겨서 집에 가져가 한참 뒤에 먹어보기도 했고, 비슷한 시기에 포장해간 직원들에게 후기를 묻기도 했지만 해소되지 않았다. 그래서 본사에 다시 문의를 했다. 컴플레인 내용 원본을 보내줄 수 있느냐고.


본사에서 보내준 원본을 본 나는 당황했다. 불만 내용을 작성한 사람의 이름이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일을 그만둔 두 번째 실장님, 우리가 신뢰하고 의지했던 그 중년 실장님의 둘째 딸 이름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당당하고 똑 부러진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불만을 전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믿었던 도끼라고 여길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발등을 찍힌 기분은 제대로였다. 실장님에 대한 배신감으로 확대되기도 했고 뒤통수를 맞았는데 뒤돌아도 아무도 없는 찜찜한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전화해서 묻거나 따질 수도 없는 일...

결국은, 없는 말 지어냈겠냐며 치킨이나 눅눅해지지 않게 신경 쓰자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한참이 지난 뒤 매장에 우연히 들렀던 실장님은 그날의 일을 얘기하며 사과를 하셨다. 할 말은 하고야 마는 성격의 딸이라, 엄마가 해주던 치킨과 다른 식감이 느껴져 본사에 불만을 접수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전해 들으셨다고 했다.

"차라리 우리에게 직접 전해주셨다면 좋았을걸요..."라고 아쉬움을 전했지만 그랬다면 당황스럽지 않았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 어쩌면 나란 사람은 싫은 소리는 절대 듣고싶지 않은 옹졸함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아닐까.


결국, 치킨이 바삭한 지 눅눅한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 말을 누가 왜 했는지에 대해서만 집요하게 고민하고 파고들었던 나다. 프로답지 못한 장사꾼이었다. 파티오 건만 해도 그렇다. 명백히 나의 부주의가 맞다. 미리미리 체크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것보다는 아이의 분노 어린 얼굴만 기억났다. 정작 아이는 십 년 전의 그 일화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말이다.


정작 문제는 장사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나, 철저하지 못한 나였는데 그들의 태도, 입장, 관계만을 문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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