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 자영업, 그 쓸쓸함에 관하여...

치킨가게 복기록

by 늘봄유정

치킨집을 차리기 위해 남편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대기업 인력양성팀을 거쳐 수입자동차 딜러까지, 10여 년간의 조직생활에 작별을 고한 것이다. 동시에 24시간 아내와 함께하는 삶,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 외로운 삶이 시작됐다.


10시, 1시를 거쳐 4시 오픈으로 정착한 후, 남편의 일과는 이랬다.

낮 12시 기상 및 식사
오후 3시 출근
새벽 1시 퇴근
새벽 1시~ 5시 취미생활
새벽 5시 취침

낮과 밤이 애매하게 뒤바뀐 루틴이었다.

그와 나의 루틴은 달랐다. 난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을 챙겨 학교에 보냈고 오전에 학부모가 할 수 있는 활동들, 가령 봉사라던가 학부모회 모임 같은 것들을 했다. 장사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서 오후에는 아이들을 챙겼고 저녁에 나가 마감 때까지 일을 하는 것으로 일정을 짰다.


퇴근을 하고 곧바로 잠에 드는 나와 달리 남편은 그 시간을 허전해했다. 바로 잠들기엔 정신이 말똥말똥했고 무엇보다 삶의 낙이 없었을 테다. 혼자서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고 때로는 아내를 술 동무 삼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동안은 아이들이 갖고 놀던 게임기로 '젤다의 전설'이라는 게임을 하며 동이 틀 때까지 모험을 떠났다.

게임기와 연결된 TV 앞에 앉아 게임 리모컨을 정신없이 흔들어대며 불구덩이에 수없이 빠지기도 하고 하늘을 날기도 했다. 게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건만 몇 시간이나 홀딱 빠져 신나 하던 모습과 새벽까지 반복적으로 들려오던 게임 배경음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난다. 그 모습이 우스워 몰래 영상으로 찍는데도 한참을 알아채지 못하기도 했다.


게임이 지겨워지자 찾은 취미는, '동종업계 사장님들과 함께하기'였다. 판교에 하나, 둘 같은 브랜드의 치킨집이 생기면서 그분들과 안면을 트더니 슬슬 영업 종료 후 약속을 잡기 시작했다. 매출 신장을 위한 전략 회의라거나 본사를 향해 집단의 힘을 보여주겠다는 거창한 목적이 가끔 끼어들기도 했지만 내가 보기에 이유는 하나였다. 외로워서. 술친구가 고파서. 조직이 그리워서.


사장님들의 사정은 비슷했다. 대부분 대기업 경력을 갖고 있었고 치킨집에 대한 로망이 있었으며 신도시에 위치한 카페형 치킨집이라는 것에 매료당해 덜컥 일을 벌였다. 생각보다 저조한 매출에 당황하고 있었으며 예상보다 지루한 일이라는 것에 울적해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 회사 다닐 때도 힘들긴 마찬가지였지.'라고 자신을 다독이다가 '그래도 그때는 퇴근하며 함께 이야기 나눌 동료라도 있었는데...'라는 허전함을 느끼던 그때! 그들은 만났고 알아봤으며 친해졌다.


남편은 늘 새벽, 아니 이른 아침이 되어서야 만취해 집으로 들어왔다. 물론, 직장에 다닐 때도 만취해 새벽에 들어오는 일은 잦았다. 오죽하면, "애들 등교 전에는 집에 들어오라!"라는 잔소리를 했을까. 하지만 자영업을 하면서는 그 소리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새벽 2시부터 시작된 술자리였으니 기껏해야 3,4시간 놀았을 뿐인 데다가, 얼마나 외로울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비슷한 또래의 비슷한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과 만났다는 것이 그에게 얼마나 큰 안도이자 위로일까. 하루 종일 아내와 어린 아르바이트 직원 사이에 있느라 입에서 단내가 났을 텐데, 오래간만에 '대화'라는 걸 찐하게 한 느낌이 아닐까.


3년간의 자영업을 마치고 남편이 다시 '조직생활'이란 걸 시작했을 때, 작은 프랜차이즈 회사였지만 나는 안도했다. 대기업에 입사한 자식을 바라보는 어미가 된 것 같은 심정이랄까.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것, 매일매일 술을 먹고 들어왔지만 누군가를 만나고 들어왔다는 것이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벽 3,4시에 퇴근하는 남편에게 등짝 스매싱을 해야 했고 일찍 들어오라는 잔소리를 다시 들이대야 했지만 밤새 게임기 앞에 홀로 앉아있는 남편을 보는 것보다는 나았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외로움'이라고 한다. 업무의 대부분을 혼자서 결정해야 하고 고충을 들어줄 상대가 없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거기에 지난 한 해 코로나 19로 매출이 급락한 자영업자들을 생각하면 남일 같지가 않다.

외로운데 수입도 없는 것. 그 최악의 상황에서 오는 쓸쓸함, 슬픔, 허무, 절망...

자영업자 폐업률이 줄지 않는 이유다.


손님이 없던 어느 날, 주방 안쪽에서 쪽잠을 자던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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