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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May 05. 2021

소소하고 확실한...

늦은 밤 남편과 소주 한잔하며 작은 아들과의 대화를 안주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지 둘이 머리를 맞댔죠.


"OO 이의 고민에 뭐라고 대답해 줘야 할지 모르겠더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정당하다는데,  맞는 건가?"

"아무것도 안하는건 아닌 것 같은데...물론 개인이 바꿀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건 맞아. 우리 아들 말이 맞네. 나이 50이 되고 보니 이제야 알겠어. 젊었을 땐 열심히 살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그런데 아니더라. 그건 기득권들이 만들어놓은 허상이야. 대중을 속이기 위한 장치인거지. 열심히 살게 만들려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다른 것에 신경을 안 쏟거든. 그냥 일만 하게 되는 거지."


"대중이 그렇게 우매하기만 한 건가?  아무 생각 없이 일하고 만족하고 그러기만 하나?"

"아닐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난 이제야  깨달았어.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개인이 바꿀 수 있는 건 없어.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인 거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고 흐름을 읽어서 투자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거라고 봐.  시장을 움직이는 세력들에 의해 가격이 오르내리는 거야. 오로지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그 흐름에 잘 편승하기 위해 공부를 한다면 그건 말이 되지만 기업을 평가해서 투자한다는 건 순진한 생각이야."

"주식 시장은 나도 그렇다고 생각해. 철저하게 설계된 대로 움직이는 거라고."

"그걸 인정하고 나서 내린 결론은, 그 흐름에 편승해 내 이득을 취하면 그만이라는 거야."

"우리가 공모주 청약해서 매주 치킨값 정도를 버는 것처럼? 하하"

"그렇지. 우린 주식할 돈도 없지만 흐름을 읽어내는 재주도 없으니까, 남들 다하는 공모주 청약으로 딱 치킨값 정도만 벌고 끝내는 거지. 흐흐"


"세상이 주식시장과 똑같아? 너무 음모론 아니야?"

"세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세상을 움직이는 손은 따로 있어. 선거를 통해 세상을 바꾼다? 웃기는 소리야. 가능할 줄 알았는데, 봐봐. 아니잖아. 그것 역시 대중을 속이는 장치인 거야. 결국 다 한통속인 놈들인데 마치 우리가 주인인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거지."

"그건 너무 극단적인 주장 아닌가? 결국 결과가 같아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개인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는 우리 아들의 말에는 동의한다는 거야. 우리 아들, 아빠보다 훨씬 낫네. 난 고등학교 때 그런 생각 못 했는데.."


"우리보다 낫지. 그런데 말이야. 난 각자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해야 한다고 봐. 내가 교육자원봉사를 가는 것처럼 말이야. 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없지만 아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눈을 갖도록 도와줄 수는 있을 거라고 믿거든. 내가 만나는 한반 30명의 학생 중에 단 한 명에게라도 영감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 돈 되는 일도 아니고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하는 일이지만, 그게 내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하는 작은 노력이지...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지다 보면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뭐...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뭐지? 저 떨떠름한 마무리는?

남편과 작은 아이의 생각은 결이 같습니다.

'세상을 바꿀 수 없으니 그 안에서 이익을 취하자!'

'세상을 바꿀 수 없으니 뭘 해봐야 소용없다.'

이 두 가지로 행동양식은 갈리지만 말이죠.

저는 그들과 결이  다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찾아 하다 보면 세상은 조금씩 좋은 쪽으로 변할 것이다.'

전형적인 이상주의자라고 손가락질 받겠지만... 별 수 있나요... ㅎㅎ

세상을 변화시키는 저만의 '소소하고 확실한' 방법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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