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직원들과 함께 25개 지원청에 있는 교육자원봉사센터를 모두 돌며 교육자원봉사 컨설팅을 하고 있다. 직원은 아니지만 봉사자로서 출장 아닌 출장을 다니고 있는 셈.
5월 14일 안성을 시작으로 의정부, 광명까지 총 세 곳에서 컨설팅을 했다. 뻔한 이야기만 반복적으로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지원청마다 상황이 달라서 해드릴 수 있는 이야기도 다르고 배워오는 것도 많다.
반나절 혹은 하루를 온통 소비해야 하는 일이다.
투덜도 대보고 한숨도 쉬어보았지만 어차피 갈 거라면 즐길거리라도 찾아보자 마음먹었다. 수당을 받고 하는 일이 아니니 배우는 바, 느끼는 바라도 많아야 덜 억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수당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다. ㅠㅠ)
그렇게 찾게 된 보람은, 경기도 전역을 방문하면서 동시에 계절을 만끽한다는 것이었다.
결혼 후 몇 년을 제외하면 평생을 경기도민으로 살았건만 수원과 용인을 제외하고 가본 곳은 거의 없었다. 의정부는 20여 년 전 운전면허를 빨리 따기 위해 면허시험장을 들렀던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인연이었고 안성 역시 20여 년 전 중앙대 안성캠퍼스를 가본 것이 전부였으며 광명은 쇼핑을 위해 두어 번 들른 게 다였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경기도 전역을 돌아다니게 됐으니, 어쩌면 출장을 빙자한 호사가 아닌가.
그러자... 보였다.
가는 길에 줄지어 피어있는 아카시 꽃, 꽃가루가 눈처럼 날리는 호숫가, 컨설팅 장소 근처 호수를 따라 난 데크를 걸을 때 발견한 희한한 나무, 비를 흠뻑 맞은 나뭇잎, 길바닥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들...
함께 다니는 업무 담당자가 산책과 등산을 좋아하고 꽃, 나무 사진 찍기를 즐기시는 분이라 더욱 그랬다. 일찍 도착해 생기는 여분의 시간에 근처 어디라도 걷자고 하셨다. 나만 맹숭맹숭 그늘에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분 뒤를 쫓다 보니 관심 갖지 않던 것들에 눈이 갔다.
이번 봄만큼 꽃과 나무를 많이 보고 눈에 초록색을 많이 담아본 때가 있던가 싶다. 지금껏 얼마나 많은 계절을 지나쳤고 이쁜 풍경들을 얼마나 놓치고 살았을까.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쳤을 사람들은 얼마나 많았을 것이며 놓치고 지나갔던, 미처 챙기지 못했던 감정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이제 스물 한 곳의 출장이 남았다. 한 군데는 작년 말에 받았다며 이번 컨설팅에서 빠졌다. 그나마 다행이다... 헥헥...
다음 주 월요일에는 가평에 가는데,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벌써 설렌다.
날씨는 더울까 서늘할까?
꽃은 피었을까 졌을까?
어떤 꽃이 피었을까?
제사보다 젯밥에서 더 큰 의미를 찾는...
나는 교자봉이다.
* 산책을 하고 있으면 이웃 작가님들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특히, '이연 작가님도 지금쯤 서울숲을 걸으시려나?' 괜히 궁금했다. 지나치지 않고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