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님 수업하시는 걸 참관해 보니 더 떨리고 자신감이 없어져요."
"점점 저희 차례가 오는데 어떻게 하죠?"
"다음 주에 한차례 더 모여 수업 준비를 더 해보면 어떨까요?"
"저희도 디베이트 실습을 더 많이 할걸 그랬어요..."
"교실이라는 공간에 이렇게 다양한 변수가 있는 줄 몰랐어요."
내가 수업하는 모습을 참관하신 봉사자 선생님들의 아우성이었다. 논술지도 등 개인 수업을 하시는 분들이지만 30명의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놓고 디베이트를 가르치는 경험은 전무하셨던 봉사자들은 봉사 첫날부터 소위 '멘붕'을 경험했다. 교실 뒤편에 서서 지켜보기만 했는데도 긴장감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고 했다.
본인들의 수업 차례가 됐던 날... 그들은 당연히, 아무 탈 없이, 충분히, 완벽하게 수업을 해냈다. 봉사팀장으로서 전혀 걱정 안 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믿어라 하는 구석이 있긴 했다. 바로 그들의 철저한 준비과정이었다. 2주에 한번 모이던 스터디를 1주에 한 번으로 바꾸고 그래도 또 걱정돼서 수업 시연하기를 여러 번... 이젠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봉사자들끼리 따로 몰래 모여 또 시연... 그 열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일했던 나 자신에게 자극이 되기도 했다.
수업을 끝내고 나오는 선생님들께 시원한 박카스 한 병을 따드렸다. 벌컥벌컥 들이켠 후에야 선생님들은 비로소 정신을 차리셨고, 이어서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화들을 쏟아내셨다. 그렇게, 그들의 첫 봉사가 시작됐다.
혼자 하던 봉사에서 함께 하는 봉사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내게 큰 도전이고 모험이었다. 2019년에 시작된 '팀 만들기'가 올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성취감, 만족감과 더불어 함께 해준 봉사자분들을 향한 감사함이 차올랐다.
팀을 이루니 책임감, 사명감, 소명의식 같은 것들이 따라붙었다. 나와 교육자원봉사센터를 믿고 따라오는 분들을 위해 부족함 없이 준비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범을 보여야 하고 몸을 낮춰 섬기기도 해야 한다. 나를 비롯한 9명의 디베이트 봉사자들이 언제까지 봉사를 지속할지는 확언할 수 없으나, 그렇게 일단 시작은 한 것이다.
혼자 간다면 누구 눈치 볼 것도 없고 나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오래가기는 힘들다. 그만두고 싶을 때도 누구 눈치 볼 것 없이 안 하면 그만이니까. 그래서 팀이 된 것이 좋았다. 덕분에 함께 오래오래 마을에서 교육자원봉사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너~~~~ 무 힘이 든다는 것이었다. 봉사하다 죽게 생겼다.
'더 이상 나 혼자가 아니다, 9명의 팀원이 함께 봉사를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혼자 할 때보다 더 많은 수업 신청을 받아도 된다....' 이렇게 생각한 것이 첫 번째 화근이었다. 9명이 봉사를 균등하게 나눌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갑작스러운 시부모님의 병환, 아이들의 온라인 클래스를 챙겨봐 줘야 하는 상황 등 봉사자들에게는 각기의 '사정'이라는 것이 생겼다. 게다가 처음 하는 봉사라서 많은 분량을 소화하기 벅차다고 했다. 이번에는 조금만, 봉사를 경험하는 정도의 수업만 해보고 싶다고 했다. 강요할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봉사는 순수하게 자발적인 마음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던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청받은 봉사의 절반 가량을 내가 커버해야 했다. 나에게는 봉사를 하지 못하는 사정이란 게, 없었다.
팀으로 나가는 첫 봉사라서 하나부터 열까지 부족함 없도록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 두 번째 화근이었다. 내가 봉사하는 날이 아니어도 학교로 달려갔다. 봉사자들이 혹시나 있을지 모를 돌발상황에 당황하지나 않을까, 노파심이 들었던 까닭이다. 디베이트 마을교사 팀장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오전엔 봉사를, 오후엔 경기도 각지로 컨설팅을 다녔다. 1학기 봉사 일정의 반을 달려온 지금, 한 달간의 봉사로 온 기력이 소진됐다. 박카스를 아무리 먹어도 소용이 없고 잠이 쏟아졌다.
삼겹살이라도 구워 먹는다면 나아질까? 소고기를 구워야 할까? 아니지... 봉사 다니느라 힘 빠져서 고기를 사 먹는다는 게 무슨 코미디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도 아니고 그냥, 바보짓 아닌가?
가만히 있어보자.... 돈 벌러 다니느라 기력이 딸려 고기를 궈먹는 것은 되고, 봉사하느라 힘들어 고기를 궈먹는 것은 안 되는 걸까? 봉사한다고 고기를 궈먹는 것에 이상함을 느끼고 본전을 생각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봉사를 계속하는 게 맞는 건가?
별별 생각에 괴롭힘을 당하며 잠을 자고 고기를 먹고 비타민을 입에 털어 넣었다.
3년 전 봉사를 시작하던 때는 '돈 받는' 수업을 다니느라 바쁘던 시절이었다. 협회에서 연결해주는 강의를 다니는 틈틈이 봉사를 했다. 돈도 버는 와중에 봉사를 했던 것... 할 수 있는 만큼만 했다. 보람도 컸다.
지금 난, 봉사만 한다. 어차피 집에 있어봐야 버리는 오전 시간이니 봉사라도 하면서 수업 감이라도 잃지 말자며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어느 정도까지 내 시간을 할애해야 적절한 봉사인지 끊임없이 고민 중이다.
보람은?
다행히 아직까지 남아있다. 디베이트를 알게 돼서 기쁘다는 아이들의 한마디에 마음이 노글노글해진다.
그 한마디에 힘을 얻어 다시 길을 나서는...
나는 교자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