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원봉사센터 컨설팅을 다니면서 여러 봉사자분들을 만나고 있다.
교육자원봉사가 활발히 되는 곳이든 아니든 봉사자들은 있다. 그 수가 많든 적든, 묵묵히 교자봉을 지키는 이들...
산속에 살고 있어 하루에 한 번 다니는 버스를 타고 두 시간 걸려 봉사를 하러 온다는 분이 있었다. 운전도 못해서 그 버스를 놓치면 봉사도 못하고 교육도 못 받는다고 했다. 그분뿐이 아니었다. 강원도와 인접한 그 지역은 산도 많고 호수도 있어 이동이 쉽지 않았다. 학교로 봉사를 가는 것도, 교육지원청에서 모이는 것도 보통일이 아닌데, 예닐곱의 봉사자 모두가 한 번의 지각, 결석도 없이 활동을 했다고 했다. 강원도에 사는 강사를 모셔와 연수를 들었는데, 이제는 그분까지 봉사단에 합류한 상태. 봄 여름 가을엔 여행객 때문에 차가 밀리고 겨울엔 눈이 많이 와서 고립되는 일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 대체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는 걸까?
어느 지역 센터에서는 수년째 전래놀이 교육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분을 만났다.
교자봉의 시작부터 함께했다는 그분은 봉사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특히 다른 자원봉사와는 달리 교육자원봉사의 경우 교안을 짜고 수업을 준비하는 사전 작업이 많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인정, 보상이 필요하다고 열변을 토하셨다. 세월이 흘러도 달라지지 않는 처우와 부족한 예산때문에 힘들 때도 많았다고 했다.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어느새 아침에 일어나 봉사 갈 준비를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봉사자. 무엇이 그녀를 일으켜 세운 걸까?
교자봉이 꽤 잘되고 있는 어떤 센터에서는 다섯 분의 봉사자들을 만났다.
업무담당자가 한 분 한 분의 봉사 이력을 소개했는데, 2017년부터 시작해 차곡차곡 모아놓은 그들의 이력앞에서 컨설팅이 무력해졌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꾸준히 준비를 했다는 그들은 비대면으로도 봉사가 가능한 손인형극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2월부터 몇 달간을 하루도 빠짐없이 만나 대본을 쓰고 시연을 해보고 다시 대본 수정하기를 수없이 했다고 했다. 드디어 인형극을 초연한 날, 숨죽이고 지켜보던 유치원생들의 반응을 잊지 못하노라 했다. 그 열정의 근원은 무엇일까?
모든 봉사자들의 한결같은 답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을 경험시켜주었을 때의 뿌듯함, 아이들의 반응으로 맛보는 희열.
시작은 본인의 아이들이었단다. 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가 "엄마, 다른 친구들에게도 책을 읽어 주는 거 어때?"라는 아이의 권유로 봉사를 시작했다는 분부터, 아이에게 해주면 좋을 것 같아서 배워본 것이 봉사로 이어졌다는 분도 있었다.
내 아이에게서 시작한 봉사가 '아이들'로 이어진 것이다. 마을의 아이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에게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누고 싶다는 일념 하나가 그들을 이끈 것.
더불어 아이들에게서 다시 배워오는 많은 것들이 봉사를 지속 가능하게 했다. 봉사를 하면 할수록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 되어가는 경험을 하노라 말한 봉사자도 있었다.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의 기막힌 콜라보를 경험했기에 봉사를 놓을 수 없는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나와 상관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봉사를 하면서 무슨 보람일까 싶겠지만, 내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는 아이들을 보거나 디베이트라는 것을 배워서 너무 좋았다거나, 앞에 나와서 발표하는 게 너무 떨렸는데 그래도 꾹 참고 했더니 해볼만 했다는 아이들의 소감을 들을 때면 힘들었던 모든 순간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어떤 아이의 인생에서는 평생에 한 번 뿐일 경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능하면 많은 아이들에게 디베이트를 경험케 하고픈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적 동기, 외적 동기 이런 말 말고... 그저 오지랖...
어쩌면 나와 같이 근원을 알 수 없는 오지랖을 가진 사람들만이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한다. 누가 등 떠밀지 않았는데도 이 나라 아이들의 교육을 고민하다니...
아이로 시작해 아이들로 이어진 교육자원봉사의 아이돌, 교육자원봉사자.
그들이 BTS가 아니고 무엇일까 싶었다. (방탄 미안...)
'너 자신을 사랑하라'가 BTS가 던지는 메시지라면 교육자원봉사자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우리의 아이들을 사랑하라'가 아닐까.
컨설팅을 다니면 다닐수록 가슴이 뜨거워지는,
나는 교자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