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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May 29. 2021

두 할머니

***

"애미야~~~ 내가 소식 듣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속이 상해서 한 시간 동안 스포츠센터에 앉아있다. 그런데 옆에 할머니가 지금이 어느 시댄데 그런 걸로 걱정하느냐고 위로해주더라. 세상 좋아져서 하나 걱정할 것 없다더라. 그러니 애미야... 너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라~ 오히려 잘된 거야. 우리 그렇게 생각하고 무사하도록 기도하며 기다리자."

"네, 어머님..."


***

"유정아~~ 소식 듣고 엄마가 얼마나 기쁘던지... 엄마가 밤 꼴딱 새웠잖니... 이제나 저제나 연락오나 얼마나 초조하던지... 진짜 잘됐다.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간다 얘~"

"엄마는 뭘 그리 밤까지 새우고 ㅎㅎ"

"난 대학 합격 소식보다 더 기쁘다~"



같은 상황에 대해 두 할머니가 다른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큰 아이가 지원했던 전문특기병 합격 소식을 듣고 난 후였습니다.

대학 입학을 했지만 캠퍼스에 가본 것은 서너 번이요 친한 친구들은 대부분 입대를 한 상황이라 큰 아이는 서둘러 입대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7월 19일 입대하게 되는 특수임무경찰에 지원했던 아이는 3주 전 실기와 면접을 보고 왔고 며칠 전 합격 문자를 받은 것입니다.


친할머니는, 쉬운 군대 놔두고 힘든 곳 찾아가는 손주가 걱정돼 울상이 되셨습니다. 그러다가도 이내, 군생활 끝내고 오면 손주의 삶에 큰 도움이 될 거라며 절 위로하는 건지 스스로를 위로하는 건지 모를 넋두리를 늘어놓으셨네요.

외할머니는, 비싼 등록금 내고 학교 수업도 제대로 못 듣는 상황인데다 술이나 먹고 게임이나 하는 생활을 청산할 좋은 기회라며 뛸 듯이 기뻐하셨습니다. 대학 합격소식보다 더 반갑다고 하셨으니 말 다했죠.


합격 문자를 받은 저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아직도 자는 모습은 아기 같은데 군대라뇨...

남편도 갑작스러운 소식에 섭섭해했죠.

하지만 이내 돌변한 우리였습니다.

"아빠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있어... 그냥 네가 쓰던 아이패드 받을 준비만 되어있는데..."

"엄마는 네 침대, 아니 네 방!"


각기 다른 반응의  할머니와, 양가적 감정을 고스란히 내보이는 부모를 보며,  아들은 그저 껄껄 웃었습니다...

어느새 훌쩍...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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