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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un 14. 2021

척 보면... 압니다~

"여보! 나한테 진짜 어마어마한 일이 생겼어~ 아.. 진짜 살다 보니 내게도 이런 날이 오네..."

남편의 전화였습니다.

이렇게 뜸을 들이며 말할 때는 딱히 기대만큼의 대단한 일일 때가 아니라는 것을, 오랜 결혼생활을 통해 터득한 저입니다.


"뭔데? 빨리 말해라!"

"아.. 정말, 당신은 상상도 못 할 거야."

"뭐야~ 로또 4등이라도 된 거야?"

"헉! 어떻게 알았어?"

"뭘 어떻게 알아! 느낌적인 느낌이지!"

"그런데, 왜 3등도 아니고 4등이라고 생각한 거야? 어떻게 안거야?"

"왜냐고? 3등이었다면 당신은 그렇게 펄쩍 뒤며 기뻐하지 않았을 테니까. 4등이면 번호 4개를 맞춘 거니까 아쉬워하지 않고 그저 꽁돈 5만 원이 생긴 것에 기쁘기만 하겠지. 하지만 3등이면 얘기가 달라질걸? 당첨번호 6개 중 5개를 맞춘 게 3등인데, 내가 아는 당신은 나머지 번호 하나를 맞추지 못한 게 아쉽고 분할걸? 아마 주말 내내 끙끙 앓을 거야~"

"그렇지. 열 받아서 잠 못 자지. 하하. 아쉬워서 어떻게 잠이 와.."

"내가 이런 사람이야~ 당신을 꿰뚫고 있지! 음하하하"


당첨금 5만 원을 전부 로또로 바꿔오겠다는 남편을 뜯어말려 만원 어치만 사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들고 오라고 했습니다. 4등을 했으니 다음 주는 3등 일지 어떻게 아냐며 흥분한 남편을 지그시 눌러주었요.

5만 원을 전부 로또로 바꿔왔다가 전부 꽝이 되는 순간, 주말 내내 끙끙 앓게 될 남편이 보인 까닭입니다.


척 보면,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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