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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ul 30. 2021

가족의 힘? 가족의 힘! 가족의 힘...

백열 세 번째 시시콜콜

아들을 입대시킨 사람이 전국에 나뿐이겠냐마는 지난주 한 주 동안은 꽤 힘들었다. 빈방만 봐도 울적해지고 남기고 간 빨래를 개면서도 눈물이 흘렀다. 그런데 사람이란 또 적응의 동물인지라 더 이상 빨래가 나오지 않고 방이 어질러지지 않으니 난 자리는 여유로움으로 치환되었다. 


얼마간 내 뇌구조에서 '아들의 입대'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으며 내 표정에서도 아쉬움이 읽혔을 테다. 따라서 누구를 만나도 대화의 소재가 되었고 어떤 글을 써도 글감이 되었다. 이런 내게 지인이 말했다. 위로 3분의 1, 장난 3분의 1, 진심 3분의 1이 섞여있던 말이라 짐작한다.

"왜 그리 질척거려요~? 아들한테 왜 그리 질척거려~~~"

"그러게 말이에요. 함께 있을 때는 그렇게 살갑던 사이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떨어지고 나니 마음이 왜 이리 허전한지 모르겠어요. 하하하."

멋쩍은 웃음으로 넘겼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입대 후 드러난 나의 감정은 애정일까, 집착일까, 허영일까 아니면 학습에 의해 정형화된 반응일까. 


이야기는 흘러 흘러 가족에 대해 유난히 집착하는 우리나라의 풍토로 넘어갔다. 

그래서 오늘의 Topic은...

< '가족'에 대한 환상, 집착에서 벗어나자.  Vs.  '가족주의'가 아닌 '가족공동체'의 개념으로 인식해야 한다. >

 

* '가족'에 대한 환상, 집착에서 벗어나자. 

'가족'이라면 으레 정이 넘치고 서로에게 끝없는 관심과 배려를 해야 하며 어떤 무엇보다 최고의, 우선적인 가치를 가진다는 신념이 강요되고 있다.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유난히 많은 의무와 책임, 맹목적인 믿음, 친밀감등이 강압적으로 따라붙는다. 

가족들을 위한 엄마의 희생, 강직하고 굳건한 아빠의 기개, 부모에게 친밀한 자녀. '행복한 가정'의 전형으로 상정된 모습 때문에 가족 구성원 각자가 개인의 삶을 우선시하는 순간 가족의 해체를 운운한다. 

제때에 밥을 차려내지 않고 빨래가 쌓이는 순간 엄마는 가족들의 따가운 시선을 마주해야 한다.

가족들과의 시간 대신 개인적인 관심사에 시간을 쏟거나 취미생활에 공들이는 순간 아빠 역시 죄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또래와의 교류가 더 중요하고 즐거울 시기라는 것을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족의 힘'이라는 것 자체가 굴레고 속박이요 허구다. 

각자 자유로울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 순간 가족은 굴레가 되고 가슴에 얹힌 돌덩이 하나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다 보니 가족 같은 관계와 분위기를 강요하는 사회는 가'족'같은 회사가 되고 가'족'같은 관계로 전락하는 것 아닐까. 

따라서, 가족 구성원을 각자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고 서로에게 어떤 의무나 책임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부모의 의무도 내려놓고 독립을 시켜야 마땅하다. 함께 살게 되더라도 각자 먹는 것, 입는 것은 각자의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 '가족주의'가 아닌 '가족공동체'의 개념으로 인식해야 한다.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가 개인에게 많은 책임과 의무를 지웠고 나아가 관계의 피로감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족이 가진 가치와 순기능에 대해 폄하해서는 안된다. 

태어나면서 처음으로 접하는 사회라는 개념은 차치하고라도 정서적 안정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만일 모든 가정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가족'이 갖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개별 인간이 갖고 있는 문제일 경우가 더 크다. 

서로에게 거는 기대, 책임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갖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족공동체'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사회 전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회 구성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이 족쇄이자 짐이라고 생각한다면 확장된 개념의 조직, 공동체, 사회는 어떻게 넘어설 수 있겠는가. 

여타의 조직, 공동체와 가족공동체는 분명 결이 다르다. 시작부터가 다르다. 따라서 같을 수 없다. 다름이 불편함으로 느껴지는 것은 관계의 문제이지 가족공동체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여타의 공동체와 다른 '가족의 힘'이란 분명히 존재한다. 



사랑은 전하고 싶지만 집착으로 전해지게 하고 싶지는 않다.

밥은 차려주고 싶지만 밥만 차려주는 사람으로 전락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가족'만이 가진 힘과 가치를 믿지만 그 힘에 눌리게 하고 싶지는 않다.

함께 하고 싶지만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겐, 가족의 존재 자체가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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