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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Aug 26. 2021

좋은 글이란?

백열 네 번째 시시콜콜

브런치에서는 내 글만 읽는 줄 알았던 남편이 어느 작가님의 글 URL 주소를 보내왔다. 웬일인가 싶었는데 다음 메인 화면에 올라와 있었다. 들어가 읽어보니 역시나 유쾌하고 재미있는 글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 글을 보냈을까 궁금해하는 내 속을 알아챘는지 남편은 곧장 부연설명을 보내왔다.

"글에 색상과 다양한 글씨체를 입히니 더 읽기 좋은 거 같아서~~"

남편의 말을 듣고 (아니 톡을 보고) 다시 글을 읽어보니 다양한 폰트와 색을 입은 글씨, 배경색밑줄을 입은 글씨, 굵은 글씨들이 여기저기 박혀있었다.

"음... 난 일부러 그렇게 안 하는 건데?"

바로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편의 주장 : 읽기 좋은 글은 가독성이 좋은 글이다.

브런치에 발행하는 글 즉, 휴대폰이나 컴퓨터 화면을 통해 접하는 활자는 가독성이 좋아야 한다. 글을 발행한다는 것은 읽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던가. 독자가 내 글을 읽게 하려면, 독자의 눈에 내 글이 쏙쏙 담기게 하려면 시각적인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필요한 순간 필요한 효과를 넣어 강조를 하거나 단락 구분을 하는 것은 독자를 위한 배려다. 무거운 주제는 그렇다 해도 가볍게 읽을만한 글은 그래도 좋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너무 길어서 수차례 스크롤하는 글을 선호하지 않는다. 동시에 활자만 잔뜩 펼쳐져 있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끊어 읽어야 중심 내용을 알 수 있는지 모를 글은 넘겨버리고 만다. 조금이라도 내 글에 머물게 하고 싶다면, 내가 전하고자 하는 좋은 내용을 독자가 읽어주길 원한다면 '디자인'이라는 걸 해야 한다. 대단한 디자인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글을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분칠을 조금만 하라는 것이다.


아내의 주장 : 좋은 글은 그 자체로 읽기 좋은 글이다.

글을 읽는 것은 순전히 독자의 몫이다. 중간중간 작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 구절에 색을 입히거나 밑줄을 긋는 것은 독자가 글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을 방해한다. 독자의 시선에서 보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다를 수 있는데 작가가 가이드하는 주요 단어들이 도드라지는 것이야말로 독자를 배려하지 않는 것이다. 제목 정도는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중간중간 총천연의 색이 오가는 것은 오히려 가독성이 떨어져 보인다. PPT를 보는 게 아니라 글을 읽는 중 아니던가. 흰 바탕에 검은 글씨를 읽는 행위가 '읽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그 정도의 지루함은 무릅쓸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남편은 내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활자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라고 했지만 자칫 독자에 대한 배려 없는 작가로 비칠 수 있다고 염려했다.

나는, '뭐 대단한 작가도 아닌데 글 자체로 승부하려는 내가 이상할 수도 있겠다'라고 했지만 여전히 글만 쓰고 싶은 브런치 작가다.


그래서 오늘의 디베이트 Topic은...

< 온라인에 쓰는 글은 가독성이 우선이다. vs. 온라인에 쓰는 글도 가독성보다는 내용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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