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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Sep 02. 2021

500번째  글 기념, 돌아온 내묻내답 인터뷰

브런치 고인물을 꿈꾸며...

2019년 9월 브런치 첫 글을 시작으로 2년 동안 499개의 글을 썼습니다.

때로는 쓰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 움직였고 때로는 신박한 글감이 떠올라 휘리릭 써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써야 한다는 강박이 노트북 앞으로 저를 이끌 때도 있었고 '억지로 쓰지는 말자'라며 자신에게 브레이크를 건 적도 있죠. 그러다 보니 500개의 글이 쌓였습니다.


Q. 반갑습니다~~ 지난해 9월, 브런치 1주년 기념 내묻내답 인터뷰 이후 1년 만이네요. 정확히 하루 하나의 글을 올리신 건 아니지만 500개의 글이라니, 대단하시네요. 그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대부분의 작가님들이 말씀하시지만, 글쓰기는 치유의 과정이자 나를 세우는 과정이에요. 단순히 삶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삶에 던져진 나를 다독이기도 하고 채찍질하기도 하면서 상처를 털고 바로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업이죠. 은 이어지니 매일 다독이고 채찍질할 일은 생기기 마련이고 그 속에서 저는 계속 고민하고 질문하게 되지요. 그 고민과 질문을 글로 쓰는 거고요. 그래서 글을 쓰지 못하는 날은 자책감이 들어요.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제대로 질문하지 않은 것 같거든요.


Q. 혹시 앞으로 글을 언제까지 쓰겠다거나 몇 개까지 쓰겠다는 걸 정해놓지는 않으셨나요?


 A. 몇 달 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1000개까지 썼는데도 책을 내보자는 작가 제안 메일이 안 온다면 접자!'라고요. 이웃 작가님들의 출간 소식이 전해지면 더 조바심이 났요. 글감이 떠오르지 않거나 조회수가 오르지 않을 때, 구독자가 한두 분 줄었을 때 자신감도 함께 하락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생각했지요. 1000개의 글이 쌓였는데도 그저 브런치에만 머물고 있는 작가라면 볼장 다 본거 아니냐구요. 재미도 교훈도 감동도 없는 글을 왜 계속 쓰고 있느냐구요.

그런데,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나도 책을 낼 수 있겠지?'라는 꿈을 꾸며 글을 쓰기 시작한 게 맞아요. 하지만 점점 글 쓰는 맛과 이유를 알았고 그것에 중독되어 쓰고 있는 거니까 그냥 쓰기로 했어요.


Q. 글쓰기에 중독되셨다... 어떨 때 중독됐다고 느끼세요?


A. 중독이라는 단어를 먼저 정의해야 할 텐데요, 제가 정의하는 중독이란 '어떤 것에 홀딱 빠지고 매료되어 삶의 우선순위가 그 어떤 것이 되는 것'이에요. 글이 제겐 그런 존재입니다. 제가 하는 말 한마디 행동하나, 제 주변에서 들리는 말, 누군가의 행동, 사건 사고, 제가 읽고 보는 모든 것들이 글로 연결되거든요. 물론 아직까지는 그것들을 모두 아울러 입체적인 글을 쓰는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게 아쉽긴 합니다만 삶이 곧 글이 되는 길 위에 서있지 않나 싶습니다.


Q. 블로그도 하고 계시는 걸로 아는데, 브런치와 블로그의 다른 점이 있을까요?


A.10여년 전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해킹을 당하는 바람에 광고글로 도배가 되어 계정을 삭제했다가 3년 전쯤 다시 시작했는데 홍보의 목적이 강했어요. 제가 하고 있는 디베이트와 교육자원봉사를 알리고자 함이었지요. 시작에 목표와 목적이 뚜렷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블로그에는 삶을 담은 글을 올리는 것이 힘들더라고요. 조회수도 얼마 안 나오는 블로그인데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이긴 하지만요. 하하.

 

브런치는 블로그와 결이 다르게 느껴져요. 제가 오랫동안 살아온 마을의 느낌이에요. 포근하고 편안하죠. 어떤 개인적인 소재로 글을 써도 불편하지 않아요. 누가 읽어줘도 좋고 읽지 않는다 해도 괘념치 않게 됩니다. 그저 내가 숨 쉬는 공간이라고 느껴져요. 아마도 이곳에서는 상업적인 목적을 갖고 글을 대하는 사람을 못 만나서 그런가 봐요. 글 자체가 좋은 작가님들, 글로 고 싶은 것이 궁극의 목적인 사람들의 집합체가 브런치 아닐까 해요.


Q. 브런치를 그렇게 편안하게 느끼신다니 브런치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시네요. 그렇다면 불만은 없으신가요? 혹은 브런치에 하고 싶은 제안은 혹시 있으실까요?


A. 일단, 개인적인 소망을 말한다면, 없어지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사라졌다가 다시 부활한 싸이월드처럼 어느 날 없어진다고 하면 굉장히 슬프고 힘들 것 같네요.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바라는 것 첫 번째는, 제가 쌓아놓은 글을 매거진 별, 브런치 북 별로 한꺼번에 저장하거나 출력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글을 PC 하드에 저장하려면 하나하나 복사해서 옮겨야 하는데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거든요.


두 번째는 접근성에 관한 거예요. 제 글을 읽고 싶어 브런치에 들어온 분들의 하나같은 의견이, 브런치에 들어오면 어디서 뭘 눌러야 '송유정'의 글을 읽을 수 있냐는 거였어요. 지난번에  읽었던 흔적이 바로 나타나거나 메인화면에서 바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지요. 브런치에 익숙한 작가들은 그 점에서 힘든 부분이 없지요. 피드나 관심작가를 찾아가면 되니까요. 하지만 특정 작가의 글을 읽으러 찾아오시는 분들은 접근성이 꽤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찾다가 포기하고 못 읽었다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이런 부분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브런치는 작가들이 만들어가는 생태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우리가 알던 기존의 생태계와는 다르죠. 약육강식의 경쟁 사회도 아니고 자본주의 사회처럼 돈이 있는 사람이 더 잘 사는 세상도 아니에요. 그저 각자의 글을 열심히 쓰고 이웃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만 느끼고 돌아가게 되는 세상이에요. 그런 생태계가 지속 가능하도록 브런치가 각별히 신경 썼으면 좋겠어요. 공모전을 할 때도 공모전의 내용, 방향에 대해서 고민했으면 하고요, 좋은 글을 세심하게 잘 탐색해서 세상에 드러나게 적극 도와주면 좋겠구요. 이벤트라고는 공모전밖에 없는데, 작가들이 연대하고 함께 즐길만한 축제의 장을 마련해주면 어떨까 해요.


Q. 브런치에서 재밌는 발견을 하셨다고 하던데요?


A. 브런치 생활 어언 2년 만에 발견한 사실이 하나 있는데요, '10% 법칙'이라고 명명했어요. 작가님들이 발행하신 각각의 글에 라이킷을 누르는 사람의 수가 구독자 수의 10% 내외라는 거예요. 한번 여기저기 들어가서 확인해보세요. 대부분의 경우 그래요. 제 구독자가 390여분 정도 되는데 글마다 라이킷 누르시는 분이 35~40분 돼요. 이유는 모르겠고 쓸데없는 발견이기는 한데, 어쨌든 그래요. 예외인 경우도 더러 있구요. 그냥, 그렇다고요. 하하


Q. 이제 슬슬 지루해지려고 하니 인터뷰 마칠게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하신다면?


A. 그렇죠... 제가 무슨 유명 작가라고 이렇게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해주시겠어요... 하지만 이건 제 글인데... 그렇게 냉정하게 자르셔야 하는지 원...

어쨌든 마무리할게요.


얼마 전, "직업과 관련된 글을 썼는데 많은 댓글과 악플이 달려 글을 내렸다"는 어느 작가님의 글을 본 적이 있어요. 많은 생각이 교차하더라고요.

내 글인데 내 글 같지 않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 거죠. 주변인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고 내가 처한 사회적 상황,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려하면서 글을 써야 하는 것, 그게 힘들 때가 있어요. 때로는 내 삶과 주변의 삶까지 탈탈 털어 글의 소재로 소비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상처이고 불쾌한 일일까 고민도 되고요.

그런데 말이죠, 글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이웃을 살펴보게 하는 큰 장점이 있어요. 그것이 나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이웃과 사회를 변화시키기도 하죠. 그러니 글감과 내용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마음껏 끄집어내 실컷 소비했으면 좋겠어요. 아끼다 똥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그냥 쓰는 사람이 되기로 했어요. 탈탈 털고 털어 더 이상 나올 이야기가 없어질 때까지 쓰려고 합니다. 구독자가 0명으로 줄던, 10년을 썼지만 책 한 권 못 내던 말이에요. 먼 훗날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지도 모르죠. "아무도 읽지 않는 글을 매일 써서 올리는 할머니가 있다는데..."라는 멘트와 함께 병적으로 글쓰기에 집착하는 인물로요.

"이제 브런치에서 방 좀 빼 달라!"는 경고를 받으면 그땐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겠지만...

그전까지는 그저, 쓰렵니다.



https://brunch.co.kr/@yjjy0304/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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