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런치로 만난 사이 >
브런치의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바지런한 이웃 작가님들의 이번 주 첫 글들이 올라온다. 아침마다 경제기사를 요약정리해 올려주시는 작가님의 글로 브런치의 하루를 시작한다. 어느 작가님의 글에 달았던 내 댓글에 작가님이 주신 답글을 확인한다. 내가 올렸던 글에 이웃분들이 달아놓은 댓글을 확인하고 답글을 단다. 모두가 바쁜 월요일, 이곳도 바쁘다.
출근길 분주한 지하철 플랫폼처럼, 어제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려 분주한 봄 새싹처럼 혼자서만 갈길 바쁜 곳이 아니다. 간밤에 별일은 없었는지, 오늘 아침 어떤 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며 출근했는지, 지난 주말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무엇 때문에 괴로워 밤을 지새웠는지를 둘러보게 된다. 서로의 안녕을 보느라 바쁜 월요일 아침이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들과 글로 만나고 글로 대화한다. 이웃조차 조심해야 하는 험악한 오늘날 신기한 일이 벌어지는 곳이다. 글에는 그 사람의 영혼이, 성정이 스며들어있기 때문이리라. 한 줄 글에서도 상대의 진심이 읽히기 때문이리라. 글에는 나의 모든 것이 드러난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느끼고 깨달았으며 어떤 다짐을 했는지 말이다. 글로 서로를 확인한 우리는 안정감을 느끼고 더 많은 것, 더 깊은 것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내 정보가 모두 털려 나쁜 의도로 사용될 것이라는 두려움 따위는 들지 않는다. 말보다 글이 가진 힘이 더 크다는 것을 실감하는 중이다.
이웃 작가님 한 분은 나의 건필을 응원하시며 수필 잡지 한 권을 보내주셨다. 이따금씩 힘이 되는 말, 예쁜 꽃 사진을 보내주시는데 그 마음이 참 감사하다.
대면으로 두 번 만난 작가님과의 인연은 각별하다. 누구를 만나 두 시간 이상 차를 마시고 떠드는 것이 힘들었던 내가 11시에 만난 작가님과 브런치를 시켜놓고 5시까지 수다를 떨었다. 브런치는 거의 손도 안 대고 말이다. 이런 내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완전 진상고객이었다며 혀를 차면서도 신기해했다. 당신 원래 그런 사람 아니잖냐며 낯설어했다.
얼마 전, 아나운서인 이웃 작가님에게 과감하게 강의 제안 메일을 드렸다. 교육자원봉사센터에서 마을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스피치 강의를 부탁드린 것이다. 전문가에게 관에서 제시하는 적은 강의료를 안내하며 어려운 부탁을 드린 것이 참 죄송했지만 작가님은 흔쾌히 수락해주셨다. 게다가 오늘 진행했던 강의는 '최고'였다. 작가님의 글만 읽었을 뿐이었는데, 난 글에서 작가님의 전문성을 읽었으며 태도를 보았다. 밝고 또렷한 발성까지 들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성실히 글을 올리는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면 그분들의 모든 면면이 속속 보인다. 매일 쓰는 글에는 거짓을 쓸 수가 없다. 몇 마디 나누는 말보다 한 편의 글에서, 쌓여가는 나와 작가님들의 글에서, 오고 가는 댓글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보고 어루만지고 배운다. 기이한 인연과 신비한 만남이 이어지는 곳, 브런치에서 천년만년 오래오래 글쓰겠다는 다짐을 한 이유다.
잔나비의 노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라는 곡은 브런치에서 글로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다. 그 노래에 나오는 "서로의 안녕을 보는" 사이... 오늘도 쓰는 이유...
나는 읽기 쉬운 마음이야
당신도 스윽 훑고 가셔요
달랠 길 없는 외로운 마음 있지
머물다 가셔요 음
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빛으로 그댈 비춰 줄게요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나의 자라나는 마음을
못 본채 꺾어 버릴 수는 없네
미련 남길 바엔 그리워 아픈 게 나아
서둘러 안겨본 그 품은 따스할 테니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마주 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피고 지는 마음을 알아요
다시 돌아온 계절도
난 한동안 새 활짝 피었다 질래
또 한 번 영원히
그럼에도 내 사랑은
또 같은 꿈을 꾸고
그럼에도 꾸던 꿈을
난 또 미루진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