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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Apr 19. 2022

보글보글을 보글보글하다.

어제 글 <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를 올리며 브런치에서 맺은 인연 이야기를 했다. 글로 만났으나 마음까지 맞닿은 이들과의 경험을 말이다. '보글보글' 매거진과 '보글보글' 작가님들에 대해서는 따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100일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회의를 하고 매주 한 편의 글을 정해진 요일에 발행하는 그 고된 행군을 이어오고 있는 동지들.


2021년 12월 19일에 로운님의 소개글을 시작으로 월요일 로운님, 화요일 최형식님, 수요일 나, 목요일 김현아님, 금요일 차영경님, 토요일 해남세아님이 글을 이어갔다. 개인 사정으로 하차하신 현아님과 형식님이 계시지만, 우리는 그들을 보내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더 멋진 곳에서 극적인 순간에 만날 것을 믿는다.


나는 보글보글에서 총 17편의 글을 썼다. 한 주도 쉬지 않았다. 쉴 수가 없었다. '저 이번 주는 쉴게요~' 해버리는 순간 전열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중간에 콕 박힌 수요일 주자라 오도 가도 못하고 있으니 쓸 수밖에 없었다.

주제를 미리 정해도 결국 쓰는 건 하루 이틀 전이다. 때로는 꿈에서도 주제 사이를 떠돈다. 나뿐 아니라 모두가 저마다의 부담 꾸러미를 짊어지고 힘겹게 마감을 지켜내는 중이다.


이렇게 부담스러운데도 우리는 왜 쓰는가.

다른 작가님들의 이유는 내가 함부로 언급하기 힘들다. 각자의 이유가 있으시리라...

나는, 너무 재미있어서 쓴다. 매주 던져지는 온갖 주제에 맞추어 결국은 쓰고야마는 이 작업이 그렇게 신날 수가 없다. 글쓰기 모임에서 주로 한다는 '합평'도 없다. 오타 정도는 이야기해주지만 매주 글로 즐겁게 한바탕 놀았으면 그만이다. 보배로운 글, 보석 같은 글을 쓰자는 우리는 그저 즐겁게 쓸 뿐이다. 즐겁게 쓰는 그 순간이 보석 같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0°C에서 시작한 우리는 서서히 따뜻해지다가 드디어 100°C에 이르렀다.

쉼 없이 온도를 유지하며 끓고 있다. 물이 끓으면 증발하기 마련이지만 '보글보글'의 물은 늘 일정한 양을 유지한다. 일정한 온도와 양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작가님들의 지치지 않는 열정과 객원작가님들의 참여 덕분이다.

결국, 즐기는 자가 오래간다는 말을 우리가 증명한 것이다.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보면 불을 얼마나 더 때야 할지,
언제쯤 끓을지 알 수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그래서 지레 겁을 먹기도 하고,
원래 안 끓는 거야 하며 포기를 하지.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그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네.
-  < 100 °C > 최규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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