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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Sep 24. 2020

브런치 작가 1주년 기념
내묻내답 인터뷰

2019년 9월 25일, 브런치에 첫 글을 썼습니다.

'작가'라지만 출간을 하지 못했고 알려진 사람도 아니니 아무도 인터뷰를 안 해주네요. 

그래서, 1년 동안 열심히 글을 쓴 제 자신을 제가 인터뷰하기로 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먼저 1주년 축하드립니다~ 기분이 어떠세요?

A. 글쎄요... 1년이 이렇게 짧은 시간이었나 싶네요. 일단은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게 신기합니다.


Q. 브런치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급합니다. 

A. 카카오 프로젝트 100 첫 번째 시즌에 우연히 참여하게 됐어요. 남편이 알려준 거였는데, 어떤 프로젝트를 해볼까 하다가 갑자기 글이 쓰고 싶다는 생각에 '100일 동안 내 책 쓰기' 활동을 신청했죠. 그즈음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글을 쓰려면 작가 신청을 하라길래 시키는 대로 했죠. 


Q. 브런치 작가 신청이 바로 통과되셨나요? 

A. 네~ 미리 써놓은 두어 편의 글과 블로그 주소를 올려놓았는데, 운이 좋게도 단번에 작가 등록이 되었네요. 여러 번 떨어지시는 분들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서, 왠지 쑥스럽습니다. 하하하하


Q. 1년 동안 꽤 많은 글을 쓰셨네요. 총 269편의 글을 쓰셨는데, 그렇게 글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관종의 피가 흐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자꾸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것 같아요. 특히 남편의 응원과 지지, 격려가 큰 힘이 되었죠.  몇 달 전 삶의 슬럼프가 와서 모든 SNS 계정을 삭제하고 프로필 사진이나 상태 메시지도 내린 적이 있어요. 글은 써서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 한동안 글을 못썼죠. 그때 남편이 그러더라구요. 열렬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제 글을 다시 보고 싶다고요. 내가 무슨 대단한 작가인가 싶어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은근히 듣기 좋은 말이었어요. 그렇게 쓰다 보니 이렇게 쌓였네요.


Q. 지금까지 쓰신 글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글은 무엇일까요?

A.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처럼 글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지요. 단순히 조회수나 라이킷이 많은 글이 더 좋은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꼭 하나 꼽으라면 < 꼭꼭 숨긴 사랑, 아버지의 보쌈김치> 예요. 한식 공모전을 위해 쓴 글이었지만 음식을 통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제 자신에게 알려준 글이거든요. 덕분에 <가장 보통의 집밥>이라는 매거진에 꾸준히 글을 쓰게 됐네요. 음식에 얽힌 가족들에 대한 추억담을 읽고 나서 눈물을 흘리시는 가족들이 종종 있는데, 그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더라고요. 


Q. 글을 쓰실 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요? 혹은, 브런치 활동하시면서 아쉬운 점이랄까?

A. 매일 뭐라도 써서 올려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어요. 소재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머릿속에서 매일 뭘 써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싫지 않은 고민이에요. ㅎㅎ

브런치 활동하면서 아쉬운 점은, 지인들이 읽는 걸 알게 되니 점점 솔직한 글을 쓰는 게 힘들더라구요. 내 글인데 내 글 같지 않달까요? 검열 아닌 검열이 존재하는 것 같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글이 아닐까 걱정도 되고요.


Q. 글을 쓰시면서 어떤 삶의 변화라던가 하는 게 있으실까요?

A. 스쳐 지나가던 일상을 다시 한번 멈춰 세우게 됐달까요? 아무 생각 없이 살지는 않았으니 매 순간 고민과 의미들이 있었을 텐데 그걸 늘 놓치고 살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것들을 일깨우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관찰하게 되고 더 이해해보려 하게 되고, 잊지 않으려고 메모하게 되구요. 쓰면 쓸수록 더 어렵기는 하지만 쓰면 쓸수록 계속 쓰고 싶어 지네요. 중독... 된 것 같아요. 

또 한 가지는, 디베이트 코치뿐 아니라 자소서 강사도 했었는데 얼마 전에는 글쓰기 특강 제의도 들어왔고 성공적으로 끝마쳤어요. 글쓰기 지도를 한 학생이 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구요. 제 글을 썼을 뿐인데 또 다른 기회가 연결된 것이 신기하고 즐겁습니다. 늘 이야기하던 'connecting the dots'에서 dot하나를 또 하나 발견한 셈이에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건지 뻔한 질문드려도 될까요? 어떤 글을 쓰고 싶으시다던가... 

A. 원래 올해 계획은 책 한 권을 내는 것이었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하지만 조바심 내거나 무리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가보려구요. 그저 하던 대로 쓰고, 그러다가 길이 닿으면 책도 내고요... 

자전적 소설이 쓰고 싶었는데 보는 눈이 많아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얼마 전 다른 카카오 계정으로 브런치 작가를 하나 더 신청했고 통과가 되어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부캐가 생긴 거죠. 편안한 마음으로 쓰고 싶은 내용을 맘껏 쓸 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에세이, 소설 외에 노래 가사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쓴다는 것이 계속 꼬리를 물고 욕심을 심어주네요...


Q. 부캐요? 그거 참 흥미롭네요. 그럼 두 개의 필명으로 활동하시는 거네요?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A. 하하하하 알려드릴 것 같으면 부캐를 만든 의미가 없죠. 

처음에 브런치를 시작할 때는 일일 조회수가 10 정도였고 그게 꽤 오래갔거든요. 그런데 부캐에 올린 글은 처음부터 100 이상을 찍더라구요. 조회수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기분이 묘했어요. 부캐가 본캐를 이겼달까? <데미안>을 쓴 에밀 싱클레어가 <수레바퀴 아래서>를 쓴 헤르만 헤세를 이긴 것 같은... 


Q. 마지막으로, 송유정 작가님에게 글쓰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A. 글쓰기란... "평양냉면"요.

몇 년 전, 평양냉면의 매력에 대해 얘기하는 남편을 따라 한두 번 먹어봤는데 냉면도, 남편도 이해가 안 갔어요. 슴슴하고 맹맹한 그 맛 때문에 먹는다는데, 제가 좋아하는 냉면은 자극적이고 강렬한 시장 냉면이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어느 날 갑자기 평양냉면이 너무 먹고 싶더라고요. 분명히 별맛 안 느껴진다는 것을 아는데도 말이죠.

글쓰기도 제겐 그렇게 훅 들어온 것 같아요. '내가 무슨 글을 어떻게 써?'라고 생각하며 별 관심도, 생각도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쓰게 됐고 점점 더 쓰고 싶거든요. 쓴다고 해서 무슨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게 아닐걸 알면서도 자꾸 쓰고 싶고 쓰게 돼요. 

그러고 보니 평양냉면도, 글쓰기도 남편의 제안으로 시작된 거네요. ㅎㅎ


누구의 인생에나 전환점이 있습니다. 

'결혼 전의 나와 결혼 후의 나', '아이를 낳기 전의 나와 낳은 후의 나'처럼요. 전환점이 오직 한 번은 아니죠.  굵직한 사건들만 기억을 하고 있어서 그렇지 실은 인생의 모든 순간순간이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까지는 디베이트 코치가 되기 전의 나와 된 후의 나로 나누었습니다. 

지금은, 브런치 작가 이전의 나와 이후의 나로 나눕니다. 분명 글 쓰는 삶은 이전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와 주변을 관찰하고 사유하며 소통하고자 하는 삶.

내 인생을 꼬옥 껴안아주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늘 찾아와 주시고,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는 이웃 작가님들과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2주년에도 역시 내묻내답 인터뷰를 하게 되는 작가일지라도,

작가라는 타이틀을 꼭 안고 가고 싶습니다. 

그 타이틀을 만들어주고, 불러주고, 함께 안아주시는 이준열 님께도 감사드립니다.



* 브런치 첫 번째 글

https://brunch.co.kr/@yjjy0304/1

* 가장 애착이 가는 글

https://brunch.co.kr/@yjjy030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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