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Aug 08. 2021

그립다...

대상포진으로 강제 휴식을 당하고 있는 작은 아들 녀석은 종일 닌텐도 게임을 하거나 TV 예능을 시청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중 가장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신서유기>. 몇 번째 보는 장면인데도 아이는 배꼽이 빠져라 웃는다. 나는, 몇 번을 다시 봐도 처음 보는 것처럼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늘 새로운 마음으로 즐겨본다. 


신서유기 시즌 5를 촬영했던 홍콩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다.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 세 번이나 다녀온 곳. 프로그램 멤버들이 홍콩의 어느 호텔 조식 뷔페에서 아침을 먹는 장면이 나왔다. 


"아... 호텔 조식 뷔페 먹고 싶다...."

"나두~~"

부러움 가득한 나의 말에 아이도 간절히 동조했다. 

"주말 아침에 어디 호텔 가서 먹고 오자~ 그러면 되지 뭐가 문제야~?"

남편은 당장 내일 아침이라도 갈 기세였다. 


식사는 대충 때우는 거라 여기고 호텔 조식 뷔페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남편은 모른다. 호텔 조식은 그렇게 먹는 게 아닌데...


"아빠! 호텔 조식은 집에서 차 타고 가서 외식하듯 먹는 맛이 아니야. 자다 일어나 부스스한 모습 그대로 세수도 안 하고 슬슬 내려가서 먹는 맛이지..."

"그럼 그럼~ 역쉬, 우리 아들 호텔 조식 먹을 줄 아네~"

이번엔 내가 맞장구쳤다.


격식을 갖추지 않고 세수도 안한채 조식 뷔페를 찾는 게 매너 없고 꼴 사나운 광경일 수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그립다.


여행이 그립다. 

홍콩이 그립다. 

공항의 분주함과 설렘이 그립다. 

비행기의 카펫 냄새, 이코노미석이라 그런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은 우우웅~ 소리, 불편하게 먹는 기내식, 더 불편한 화장실이 그립다. 

어느 나라의 공항에 도착했을 때 숨을 확 막히게 하는 습한 공기가 그립다. 

내가 누군가에게 낯선 외국인이 되는 경험이 그립다. 

입맛이 없는 아침에도 토스트에 달걀 프라이, 베이컨, 과일, 커피를 잔뜩 먹으며 여유를 부리는 호텔 조식이 가장 그립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처럼 해봐요 요렇~~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