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으로 강제 휴식을 당하고 있는 작은 아들 녀석은 종일 닌텐도 게임을 하거나 TV 예능을 시청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중 가장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신서유기>. 몇 번째 보는 장면인데도 아이는 배꼽이 빠져라 웃는다. 나는, 몇 번을 다시 봐도 처음 보는 것처럼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늘 새로운 마음으로 즐겨본다.
신서유기 시즌 5를 촬영했던 홍콩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다.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 세 번이나 다녀온 곳. 프로그램 멤버들이 홍콩의 어느 호텔 조식 뷔페에서 아침을 먹는 장면이 나왔다.
"아... 호텔 조식 뷔페 먹고 싶다...."
"나두~~"
부러움 가득한 나의 말에 아이도 간절히 동조했다.
"주말 아침에 어디 호텔 가서 먹고 오자~ 그러면 되지 뭐가 문제야~?"
남편은 당장 내일 아침이라도 갈 기세였다.
식사는 대충 때우는 거라 여기고 호텔 조식 뷔페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남편은 모른다. 호텔 조식은 그렇게 먹는 게 아닌데...
"아빠! 호텔 조식은 집에서 차 타고 가서 외식하듯 먹는 맛이 아니야. 자다 일어나 부스스한 모습 그대로 세수도 안 하고 슬슬 내려가서 먹는 맛이지..."
"그럼 그럼~ 역쉬, 우리 아들 호텔 조식 먹을 줄 아네~"
이번엔 내가 맞장구쳤다.
격식을 갖추지 않고 세수도 안한채 조식 뷔페를 찾는 게 매너 없고 꼴 사나운 광경일 수 있겠지만, 그게 그렇게 그립다.
여행이 그립다.
홍콩이 그립다.
공항의 분주함과 설렘이 그립다.
비행기의 카펫 냄새, 이코노미석이라 그런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은 우우웅~ 소리, 불편하게 먹는 기내식, 더 불편한 화장실이 그립다.
어느 나라의 공항에 도착했을 때 숨을 확 막히게 하는 습한 공기가 그립다.
내가 누군가에게 낯선 외국인이 되는 경험이 그립다.
입맛이 없는 아침에도 토스트에 달걀 프라이, 베이컨, 과일, 커피를 잔뜩 먹으며 여유를 부리는 호텔 조식이 가장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