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희 학교 급식 진짜 잘 나왔더라."
"그래?"
"어제 교육공무직 파업에 참여했던 조리종사자들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더 잘 챙겼다는 기사가 있던데, 너희 학교도 그랬나 싶던데?"
"그렇구나."
"뭐 뭐 나왔더라? 아까 엄마가 사진 봤는데 기억이 안 나네. 뭐 나왔니?"
"모르겠는데?"
"왜... 몰라? 밥 안 먹었어?"
"응!"
저녁을 먹던 아이가 너무 당당하게 말해 저는 뭐라고 해야 할지 할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왜 안 먹었어? 아침 먹고 학교 가서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은 거잖아. 왜 그랬어?"
"그냥!"
"아니... 배가 고플 거 아니야. 아침 8시 전에 밥을 먹고 지금이 5시 30분인데..."
"배가 안 고파. 진짜야."
이럴 땐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배운 적이 없습니다. 내 얼굴이 어떻게 일그러졌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엄마의 얼굴을 보고 더 당황한 아이의 모습만 보았을 뿐입니다.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어 고개 숙이고 밥만 먹는 엄마를 향해 아이는 구구절절 이유를 늘어놓았습니다.
"정말 배가 안고파서 안 먹은 거야. 정말이야."
"밥을 먹을 수 없는 다른 사정이 있는 건 아니야?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거나..."
"진짜 그런 거 아니야. 처음엔 시험 기간 전에 밥 먹으면 배가 아플 것 같아서 안 갔는데 생각보다 배가 안 고픈 거야. 그래서 그냥 안 먹기 시작한 거야. 화장실 가서 교정기를 빼고 가는 것도 너무 귀찮았고, 공부할 시간도 생기고. 절대 걱정할 일 없어."
"도시락을 싸줄까? 아니면 단백질 셰이크 같은 거라도 싸갈래? 초코바 챙겨갈래?"
"학교에서 뭘 먹는 것 자체가 싫어서 그래."
"그러면, 내년에는. 내년에는 어쩔 건데? 수능 때도 도시락 안 싸가고 종일 쫄쫄 굶을 거야?"
"3학년 되면 먹을 수 있지. 이번 겨울에 교정기 완전히 떼잖아."
"아후... 왜 엄마를 이렇게 속상하게 하냐..."
"진짜 속상해할 일이 아니야~~"
이미 제 손을 떠난 일이었습니다. 엄마가 먹으라고 사정한다고 다음날부터 다시 밥을 먹을 아이가 아닌걸 안 까닭입니다.
다만, 가림막 속 혼밥 대신 노밥을 선언한 고2 아들의 한마디에 엄마는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2,3주 전부터 갑자기 밥을 안 먹게 된 이유가 뭘까.
정말 귀찮다는 그 이유 하나 때문일까.
작년 초부터 탈착식 교정기로 바꿨는데 갑자기 이제 와서 빼놓고 밥 먹으러 가는 게 귀찮아진 이유가 뭘까.
학교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급식을 방해하는 누군가가 있을까.
투명 가림막 안에서 혼자 밥 먹는 시간을 못 견디는 걸까.
독립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누구보다도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아이였던 건 아닐까.
"담임선생님과 상담해볼 거야. 너 급식 안 먹는 것도 이를 거고."
"하하하. 그걸 뭐하러 일러. 선생님이랑 상담하는 건 상관없는데, 급식 안 먹는 걸 말해서 뭐해. 선생님이 일일이 체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속상하니까 그렇지~~~~~~"
다음 주부터 전면 등교가 시작되면 그나마 집에서 챙겨주던 점심도 끝입니다.
그깟 한 끼 굶는 거 뭐 대수일까 싶기도 하고 속이 비면 머리도 맑아지니 오후 수업을 더 잘 들을 수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엄마의 불편한 마음은 여전합니다.
'배고프면 처먹겠지!'라고 막말을 쏟아내고 싶지만...
아침에는 뜨끈한 국물을 곁들여 든든히 밥을 먹이고 저녁에는 그득한 고기를 준비하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