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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Dec 08. 2021

오늘이 무슨 날이~~~ 게?

퇴근하는 남편의 손에 케이크 하나가 들려있었다.

결혼기념일이나 자신의 생일에도 조각 케이크 하나면 충분하다던 그였다.

"웬 케이크? 어디서 났어?"

"뭐래~~ 당신, 오늘 무슨 날인지 몰라?"

내 눈동자는 허공에서 빠르게 구르고 있었다. 12월 7일... 도무지 알 수 없는 날이었다. 과거의 우리에게 의미 있던 날 같지 않은데...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도 떠오르는 게 없었다.

"우리가 연애를 시작한 날도 아니고, 첫 키스 한 날도 아니고... 혹시 처음으로 잔 날인가? 푸하하하"

"어이구... 까져가지고는..."


답을 알려주지 않고 욕실로 들어가는 남편을 따라가 계속 추궁하는 나에게 남편이 무심하게 툭 던진 한마디...

"당신 올해 봉사가 끝난 날이잖아~ 한 해 동안 수고했어~"


아... 이 벅차오르는 감동 무엇...

이럴 때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떠오르지 않았고 물색없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우왕좌왕하며 옹색한 소리만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돈도 안 되는 일인데... 뭘 이렇게.... 고마워..."

가정 경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렸고 혼자 고생하는 남편이 안쓰러웠다.

눈에 보이는 생산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교육자원봉사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이 남편에게 늘 미안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한 일이라는 나름의 사명을 갖고 하는 일이지만 인정을 바라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돈도 안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하는데, 남편인 나라도 알아주고 응원해줘야지~"  


한 해 동안 교육자원봉사활동의 순간들이 파노라마로 엮이며 머릿속에 둥둥 떠올랐다.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나는 일이라서 사람으로 인해 힘든 일도 있었지만 결국은 사람으로 치유되던 시간이었다.

오늘 역시 사람으로 보상받고 있는 나였다.


"고마워~~ 그런데 있잖아. 이걸로 어물쩍 넘어갈 생각 하면 안 돼~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케이크는 케이크이지만... 주방 후드는 주방 후드다! 자꾸 이런 식으로 안 달아주면 무기한 주방 파업 들어갈 거야!"


오늘은, 2021년 교육자원봉사가 마무리된 날이자,

주방 후드를 떼어내고 새 후드를 기다린 지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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