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오늘부터 오메가 3 먹어야겠다~"
시험을 사흘 앞둔 시점, 아이가 오메가 3 복용을 선포했습니다.
일 년 전쯤부터 시작된 시험기간 루틴입니다.
"그냥, 평소에도 오메가 3 먹으면 안 돼? 왜 꼭 시험 기간에만 먹어?"
"평소에도 먹으면 약발이 안 받아. 시험기간에 먹어야 머리 회전이 잘 되는 느낌이 확 느껴진단 말이야."
확고한 믿음과 영험한 주술 그 사이 어디쯤에선가 시작되었을 것 같습니다.
기억력과 학습력을 높여주며 뇌 건강에 좋다는 DHA가 오메가 3의 한 종류라는 말을 어디서 들었을 테고 시험 때라도 약물의 힘에 기대 보자는 마음이 들었을 것입니다.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했을 수도 있겠죠.
과거에 오메가 3를 먹고 시험을 쳤는데 성적이 잘 나왔던 경험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시험 때면 미역국을 먹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시험 때면 오메가 3를 먹어야 시험을 잘 친다는 자기만의 징크스가 생긴 것이죠.
"오메가 3를 먹으면 진짜 효과가 있어? 시험 때 막, 기억력이 좋아지고 계산이 잘 되고 그래?"
"어떤 느낌이냐면? 마치, 내일 쓸 뇌까지 미리 가져와서 쓰는 기분이야."
"엥? 그건 뭐야?"
"뇌가 활성화되는 느낌? 그래서 시험이 끝나고 며칠 동안은 뇌가 정지해버린 느낌이 들어. 학원에 가도 머리가 멍해서 아무 생각이 안 나."
"헐... 그게... 무슨 소리야? 하하하. 결국, 시험 끝나면 학원을 가도 소용이 없으니 며칠 쉬어야 한다는 얘기 구만?"
"그렇지. 하하하."
입학과 동시에 시작된 등교 중지와 온라인 클래스, 마스크와 가림막으로 얻어진 외로움, 그럼에도 쏟아지는 수행평가, 결정을 재촉당하는 진로.
어디로 왜 가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며 혹독한 방황의 날들로 채워졌던 아이의 지난 고등학교 시절입니다.
이제 그 방황을 서서히 끝냄과 동시에 오메가 3를 먹어서라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입니다. 고3을 앞두고 현실과 타협을 해가는 아이는, 내일 쓸 뇌까지 미리 가져와 쓰고 싶을 만큼 절박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욕심과 절박함이 재미있고 대견하다가도, 조금은 서글픕니다.
세상을 향해 으르렁 거리던 아이의 날카로운 마음이 어느새 무뎌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이가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며 뾰족한 질문을 쏟아낼 때마다 어떻게 답해줘야 할지 힘들기는 했지만 마음 한편이 흥분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구를 장악한 악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세상에 유일하게 남겨진 반군을 만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현실에 대해 냉혹한 비판을 가할 때에는, 이 아이를 조금만 더 부추겨서 혁명의 선봉에 서게 만들어볼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오메가 3를 먹고 시험공부를 한다니... 결국은 세상과 타협해버린 변절자처럼 느껴지는 저는 이상한 엄마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바른 자세와는 담쌓고 공부하는 아이를 보니...
오메가 3을 먹고 뇌를 활성화시켜 혁명의 선봉에 서보려는 게 아닐까, 희망을 갖게 됩니다.
집중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자세가 아닐까... 믿어봅니다.(아이의 동의를 얻어 올린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