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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an 07. 2022

브런치에 남은 이유

사람마다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노래방에 가서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땀을 흠뻑 흘리며 운동을 하는 이, 실컷 자고 나면 기분 좋아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친 듯이 일을 해야 기분이 나아지는 사람도 있다. 

브런치에는 글로 자신을 위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위로가 타인에게 공감을 일으킨다. 글로 위로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통하는 곳, 바로 브런치다. 


사람마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감성 충만한 노래로 마음을 표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지인 중에는 40이 넘어서부터 그림을 시작하는 이들이 많은데, 전공과는 무관하게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이란다. 국선에 입상하기도 하고 개인 전시회를 여는 모습을 보면 존경심이 차오른다. 전공자들이 그들을 같잖게 여기며 뒤에서 손가락질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으나, 전공자들이 말하는 기본, 작품의 완성도와는 관계없이 그들의 작품에서 전해지는 메시지는 어떤 작품보다도 간절하고 강렬하다. 

브런치에는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작가들이 가득하다. 간혹 오타나 비문이 있다는 지적이 오가기도 하지만, 그것들을 걷어내고 보면 모든 글에 진심이 녹아있다. 삶의 고단함, 쓸쓸함, 즐거움, 희망... 모든 것이 녹아있는 글이 넘쳐나는 곳, 바로 브런치다.


사람마다 즐거움을 취하는 방식도 다르다. 

여럿이 모여 술 마시고 흥이 오르는 즐거움, 차 한잔을 마시며 책 읽은 소감을 나누는 즐거움, 밤새도록 영화를 보는 즐거움, 친구들과 팀을 이뤄 적진을 향해 진군하는 게임의 즐거움... 

브런치에는 글로 삶의 재미를 더하는 이들이 가득하다. 이웃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시기 질투하는 것도 즐거움이요, 공감하는 댓글을 쓰며 소통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다른 작가의 글을 읽으며 고뇌에 빠지는 것도 즐거움이고 시끌시끌한 댓글 싸움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인간 세상 천태만상이 그대로 드러나 재미있는 곳, 바로 브런치다. 


나를 위로하고, 나를 표현하고, 행복해지고 싶어서 나는 브런치에 살고 있다. 하루에도 여러 번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지만 번거롭거나 귀찮게 느껴지지 않는다. 배가 고프거나 딱히 먹고 싶은 게 있는 것도 아니면서 수시로 냉장고 문을 열어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그냥 브런치 문을 열어보는 거다. 잘 있나, 별일 없나...


2020년 7월, 브런치 생활 1년이 얼마 안 남았던 때, 일주일간 절필을 한 적이 있었다. 글을 쓴다는 것이 그렇게 허망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악성 댓글에 시달려서, 쓸거리가 없어서, 구독자수가 적어서, 조회수가 안 나와서' 등의 이유가 아니었다. 아무리 글을 써대도 삶에서 감당해야 하는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현실 속의 내가 고달프고 엉망진창인데 브런치에 아무리 글을 쓴다고 해도 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한 순간, 더이상 써야 할 의미를 찾지 못했다. 글로 위로받지 못하고 행복해지지도 않던 순간이었던 것.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을 때, 갑자기 미치도록 글이 쓰고 싶어졌다. 수십 년간 집필에만 몰두했던 대작가도 아니면서 단지 일주일 글을 안 썼을 뿐인데 가슴속에 할 말들이 부풀어 올라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기존의 브런치 방에서는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이미 보는 눈이 많아진 계정에서는 위로도, 표현도, 행복도 구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다른 SNS 계정으로 작가 신청을 했고 새로운 작가, 나의 부캐를 탄생시켰다. 


부캐 계정으로 한동안 미친 듯이 글을 썼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일기였으며 전지적 작가 시점을 가장한 완벽한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글이었다. 조회수, 구독자에 상관없이 하고 싶던 말을 실컷 토해내고 나니 해탈이라도 한 승녀처럼 자유로워졌다. 그렇게 자유로운 몸이 되어 다시 본계정으로 돌아와 일상의 글을 다시 써 내려갔고 이제는 두 계정을 오가며 글을 쓰고 있다. 



구독자수, 좋아요 수, 조회수, 댓글 수를 여전히 살펴본다. 하지만 연연하지는 않는다. 

가는 사람에 서운해하지 않고 오는 사람에 호들갑 떨지 않는다. 다음 '홈앤 쿠킹'에 올라간 글이 많았고 조회수가 폭발한 적도 있지만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애초에 노출을 꾀하며 쓴 적도 없지만 알고리즘의 장난질에 놀아날 생각도 없다. 공감해주시는 분이 한분이라도 있다면 진심으로 감사하며 정담을 나눈다. 그렇게 정을 쌓고 이웃 작가님들과 함께 어울려 글을 쓰기도 한다. 

브런치도 어느새 생물이 되어 내게 시련과 고통의 밤을 안겨주기도 하고 때로는 내 삶을 구속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떠나고 싶지 않다. 끈끈한 정 이상의 무엇이 브런치와 나 사이에 생겼나 보다. 


쌓이는 글의 수만큼 내 삶의 기록이 쌓인다는 것만 신경 쓴다. 쓰는 글만큼 내 안에 감사와 행복이 가득 찬다는 것만 살핀다. 글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오늘도, 브런치에 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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