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주인공은 너야 너!

by 늘봄유정
관심은 받고 싶지만 과한 참견은 싫다.
돋보이고 싶지만 자기 입으로 잘난척해서 드러내기보다는 실력으로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다.

작은 아이를 지켜보며 제가 내린 평가입니다. 아마, 아이는 이런 평가가 못마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아이를 향한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습니다. 칭찬, 잔소리 모두를 경계해야 합니다. 과할까 부족할까를 염려해야 하지요.

고3이 되니 더더욱 신경이 쓰입니다. 엄마가 해줄 일은 아이가 루틴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한 유세는 넘기기가 힘듭니다.

누구나 겪는 과정인 고3 생활이 배려 없는 행동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자연스럽게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2학년이 끝나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물리 시간에 발표할 게 있다는 아이를 위해 논문 검색을 도와주고 있었죠.

"아... 그때 마무리를 했어야 했는데..."

무심코 흘러나온 엄마의 혼잣말에 아이가 물었습니다.

"마무리? 무슨 마무리?"

"대학원 말이야. 엄마가 논문을 안 써서 수료만 한 상태잖아. 오래전이라 다시 들어가기는 힘들고, 다른 곳에 편입해서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몇 년 전부터 가고 싶은 곳이 생겼거든. 지금 하는 일과 관련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더라."

아이는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듯 저를 격려해줬습니다.

"하면 되지~ 해봐 엄마~"

"그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미루고 있는 게 4년째야. 네 형의 입시가 시작될 때쯤부터 참고 있는 중이지. 형 고3이 끝나니 재수를 했고, 다음 해에는 아빠 자격증 시험이 있었고, 올해는 네가 고3이고...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가족들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고 여겼거든. 엄마는 가족 중 누군가에게 중요한 일이 있을 땐 그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특히 대학 입시는 더욱 그렇지. 네 인생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이슈잖아. 대학이 전부라는 얘기가 아니라, 대학을 가고자 한다면 가족 모두가 신경을 써줘야 한다는 의미지. 아빠는 네가 덜 피로했으면 하니까 등교와 학원 픽업을 도와주고, 엄마는 네 식사와 주변 환경을 챙겨주는 거야. 그렇게라도 도와주고 싶은 거야."

"아..."

"형도 큰 도움을 주고 있어. 군대 가줬잖아. 하하하. 그만한 조력이 어디 있겠니? 네가 조용히 공부에 집중하게 1년을 비워준 거야."

"푸하하하."

"엄마가 대학원 진학을 보류한 것도 그래서야. 엄마에게는 수많은 선택지 중에 하나지만 너에게 대학은 절실한 선택지이니까. 물론 부담스럽겠지만 어쩔 수 없어. 가족 모두가 너를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해."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 아닐까요.

성공적인 결과에 대한 압박도 느끼겠지만 수많은 조연들의 배려를 받으며 기분 좋은 부담을 느끼는 자리.

그러니 올 한 해가 고3으로서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부담을 만끽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동시에 아이가 알아줬으면 합니다. 가족 간의 배려는 보상을 바라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걸!"이라는 푸념을 늘어놓지 않는 게, 함부로 비난하지 않는 게 가족이라는 것을요.


또한, 고3 유세를 떨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것을요...

위의 사진에서처럼, 빨래 널기를 피할 생각은 말라는 것을요... 루틴을 지켜주고 싶은 엄마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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