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그거 아니?"
"뭐?"
"며칠 후면 개학이다~~~"
"너 그 소식 들었어?"
"뭐?"
"며칠 후면 너 고3이다~~~"
엄마의 계속되는 장난에 작은 아이도 "아니거든~~ 나 고3 안될 거거든~~ 개학 안 할 거거든~~"하며 장난을 칩니다.
"개학 직전까지 실컷 게임할 거거든~~~"이라고 말하더니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꼼짝도 안 하고 게임을 합니다. 그래 놓고 낮에는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합니다. 방학 동안 계획했던 공부를 마무리하고 다 푼 문제집을 분리수거함에 미련 없이 담아둡니다. 천천히 개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고3이 뭐 별거니? 남들 다 겪는 걸로 유세 떨 것 없어!'라고 냉정하게 말하기에는 고3이 짊어진 무게가 만만치 않음을 압니다. 3월부터 매달 치르는 모의고사로 정시 수준을 가늠해야 하고 그 와중에 내신과 수행까지 챙겨야 합니다. 3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남과 동시에 본격 수능 준비에 돌입해야 하고 8월부터는 자기소개서도 준비해야 하지요. 9월에 수시 원서를 쓰고 나면 면접 준비도 해야 합니다. 눈코 뜰 새가 없습니다. 잘하는 아이는 잘하는대로, 성적이 부족한 아이는 부족한 대로 근심이 많습니다.
낙천, 긍정의 대명사였던 큰 아이는 4등급 후반의 성적으로도 모든 계획이 가능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은 채 고3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학 첫날, 전에 없이 풀 죽은 모습으로 귀가를 했지요. 축 처진 어깨와 그보다 더 처진 다크서클로 첫 주를 보내더니 자기 성적으로는 집에서 다닐 대학이 없다며 속상해했습니다. 10대를 마무리하는 길목에서 아이들이 하는 고민의 무게가 스물아홉, 서른아홉, 마흔아홉의 그것보다 가볍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다시는 오지 않을 중요한 시기다. 후회 없이 네 모든 것을 갈아 넣어!'라고 밀어붙이기에는, 사실 고3 까짓 거 별거 아닙니다. 고3 생활 1년으로 진로가 결정 안되면 다음 해에 또 고민하고 도전하면 됩니다.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말이죠.
수시 여섯 군데와 정시 세 군데 학교를 모두 떨어진 큰아이는 내 인생에 재수는 없으며 어디든 일단 소속되어야겠다고 하더군요. 더이상 학생이 아닌 존재라는 것에 심하게 흔들렸던 겁니다. 관심 없던 학과에 추가모집으로 들어갔던 큰 아이는 '아무 대학', '아무 학과'는 자신이 진짜 원하던 바가 아니었으며 그것으로는 바닥난 자존감이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결국 반년 간의 도전으로 원하던 대학, 학과에 가게 됐지요. 합격소식을 듣고 "진짜? 엄마, 진짜야?" 하며 몇 번이고 되묻던 그날의 통화가 기억납니다. 겨우 1년 늦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만 남기고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거두어도 괜찮습니다. 또 도전하면 되니까요. 시간과 비용의 문제가 발생하지만, 지나고 나면 알게됩니다. 그런 부수적인 것들은 어떻게든 해결이 된다는 것을요.
이제 내일부터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작은 아이의 고3 생활이 시작될 터, 저는 평소처럼 장을 봐 냉장고를 채우는 것으로 고3 학부모의 시작을 준비합니다. 그저, 어제와 같은 일상을 지켜주기만 하면 됩니다.
아들아.
이제 너도 그거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