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복귀하는데 잘 가라는 말 한마디는 해야 하지 않겠니?"
큰아이의 휴가 복귀날이었어요. 학원 가느라 형보다 먼저 길을 나서던 작은 아이를 불러 세웠습니다. 작은 아이는 오른팔을 후다닥 올렸다 내리고 온몸으로 멋쩍음을 표현하며 말했지요.
"형! 응~"
그게 다였습니다.
"형~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쩌? 몇 밤 자면 다시 만나? 힝... 형 없으니까 집이 너무 허전하단 말이야... 나 심심하단 말이야. 안 가면 안 돼? 응? 응? 응?"
이런 걸 기대한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형~ 잘 다녀와~"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얼굴 한번 쓱 보고 손 한번 들어 보이며 "응~"이라니...
큰아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응~"
정확히 말하면 "어~"였죠.
"나두 가기 싫지~~ 하지만 어쩌겠냐. 형 없는 동안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형 몫까지 열심히 지내~ 건강 챙기고~"라는 말을 기대한 건 엄마의 허왕된 꿈이었습니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제 탓이죠.
생전 큰 싸움 한번 일으킨 적 없고 어려서는 그렇게 잘 지내더니 중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대면대면해진 녀석들입니다. '엄마가 모르는 너희들만의 그런 거 있는 거지? 형제간의 보이지 않는 끈끈한 정, 말 안 해도 아는 그런 거 있는 거지?' 라고 저 혼자 멋들어진 해몽을 답니다.
살갑게 대화를 주고받는 것만이 우애는 아니라 생각하니, 그들의 짧은 대화가 정겨워지기까지 했습니다.
설을 앞두고 12년 지기 동네 친구들의 톡방에 안부인사 하나가 올라왔습니다.
"얘들아~ 뭔지 모르게 정말 고마워.. 명절 잘 보내~~"
"어? 어.. 어~~~~~~"
"ㅎㅎㅎㅎㅎㅎ 어~~~~~~"
"그래~~ ㅎㅎㅎㅎㅎㅎ"
뭔지 모른다는 표현이 낯설었지만 저를 비롯한 모두는 알았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뭔지가 뭔지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각자의 머릿속에 떠다니는 추억들이 많았을 겁니다. 그러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알았다는 대답을 했을 테죠.
하지만 뒤이어 올라온 감사노트 사진 한 장에는 그녀가 말하는 '뭔지'가 빼곡히 쓰여있었습니다. 대부분은 그녀가 섬기는 분을 향한 감사였지만 사이사이에 우리를 향한 소소한 감사들이 넘치고 있었지요. 상대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에는 차오르던 구체적인 '뭔지 모르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사이가 있나 봅니다.
'말하지 않아도 그저 바라보면 마음속에 있다는 걸~~~~' 아는 사이요.
말하지 않으면 절대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없으며 표현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 봅니다. 형제의 묵음 처리된 인사와 동네 친구들의 뭔지 모르는 고마움을 떠올리며 이렇게 행복한 것을 보면 말입니다.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이들과 글로 인사를 나누는 곳. 뭔지 모르게 좋고 고마운 브런치 살이 입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뭔지 모르겠지만 감사드립니다~
* 사진출처 < 오리온 홈페이지 초코파이 광고영상 캡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