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맨발. 크록스.

전역까지 D-334

by 늘봄유정

네 동생의 치과 진료가 있었다. 치아 교정이 완전히 끝나는 날이라 특별한 처치 없이 X-RAY 촬영만 하면 되는 날이었지. 예약 한 시간 후 약속이 있던 나는 먼저 치과를 나서려고 마음먹었다. 마을버스로 세 정거장, 걸어서 15분이면 집에 갈 수 있으니 네 동생에게는 진료가 끝나면 알아서 집에 가라고 일러둘 셈이었지. 발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주차장에서 치과병동까지 걸어가는데 낯선, 아니 낯설지 않은 장면이 눈에 포착되었다. 양말 없이 크록스만 신은 발이었지. 한겨울에, 그것도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마당에 구멍이 숭숭 뚫린 크록스와 그 사이로 뽀얗게 드러난 맨발... 작년 겨울까지 매일 목격했고 볼 때마다 엄마의 잔소리를 받아내던 발이었다. 워낙 열이 많아 한겨울에도 창문을 살짝 열어놓고 자야 하던 어떤 이의 발이었지. 잔소리를 하면서도 다 이해는 했다. 오죽 답답하면 저럴까. 오죽 더우면 한겨울에 맨발 크록스를 고집할까. 설마 동네 사람들에게 엄마 욕 먹이려고 그러겠는가.


그런데 그 발을 올겨울에도 보게 될 줄은 몰랐던 거다. 그것도, 추위를 하도 많이 타 거실에서도 이불을 꽁꽁 싸매고 생활하는 네 동생의 발을 말이다. 작년 이맘때쯤, 맨발에 크록스를 고집하는 형을 의아하게 쳐다보고 형은 왜 저러고 다니냐고, 춥지도 않냐며 엄마에게 물어보던 그 아이의 발이라니.

결국 엄마는 약속 상대에게 늦겠다는 양해를 구해야 했다. 진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네 동생을 집에 데려다준 후에야 약속 장소로 향했지. 추위를 많이 타는 아이를 맨발로 걷게 하기는 힘들더구나.


별걸 다 따라 한다고 핀잔을 주었다. 신발장에 들어가 있는 신발을 굳이 꺼내 신을 건 또 뭐냐고 한마디 더 거들었다. 형이 보고 싶어서, 형의 체온을 느끼고 싶어서 신발이라도 꺼내 신어본 게 아니라는 건 안다. 정말 '그냥' 그런 것이지만 어쨌든 네가 소환된 날이었다.


춥지 않냐는 엄마 아빠의 말에 늘 안 춥다, 생활관은 따뜻하다고 말하던 너였는데 어제는 다른 답을 하더라.

"추워. 너무 추워."

한겨울 맨발 크록스로 동네를 누비던 너였는데, 군대는 그런 너도 춥게 만드는 곳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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