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부대는...

전역까지 D-327

by 늘봄유정

"엄마, 생일 축하해~"

"무슨 이런 거한 선물을 보냈어~"

"돈 많이 있을 때 주는 거야. 앞으로는 못 줄 수도 있어."

"고마워~ 이쁘다."

"'그해 우리는'이라는 드라마에서 김다미가 한 목걸이라 엄청 핫하대. 다음엔 자동차 해줄게!"


호재는 엄마의 생일을 맞아 20만 원 가까이하는 목걸이를 주문했다. 이병 월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을 썼지만 아깝지 않았다. 지금까지 변변한 선물을 해드린 기억이 없어서다. 늘 용돈은 모자랐고 나갈 곳은 많았다. 오죽하면 작년 엄마 생일 케이크를 엄카로 사갔을까. 돈 쓸 데가 없는 군대에 있을 때만이라도 좋은 것, 기억에 남는 선물을 해드리고 싶었다.

뜻밖의 선물을 받은 엄마는 눈물이 났다. 보기만 해도 이쁜 자식이 언제 그렇게 커서 엄마 생일을 잊지 않고 선뜻 큰 선물도 할 줄 알게 된 것일까. 선물뿐 아니라 살갑게 전화까지 준 당연한 모든 것이 고맙고 반가웠다. 다음 면회 때 꼭 이 목걸이를 하고 가리라, 아니 당장 내일부터 24시간 걸고 다니리라 다짐한 엄마다.


다음날 저녁, 호재에게 또 전화가 걸려왔다. 아무리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이 자유롭다지만 매일 전화를 하지는 않던 아이였다. 엄마는 싸한 마음에 급히 전화를 받았다.

"엄마. 우리 부대 지금 난리 났어. 우리 군사경찰대만 빼고 모두 격리 상태야. 바로 밑에 층에도 감염자 많이 나와서 계단도 따로 쓰고 있어. 우리 층에는 아직 감염자가 없는데 혹시 몰라 오늘 PCR 검사했어. 내일 결과 나온대. 만약에 우리 군사경찰대만 확진자 안 나오면 그거 진짜 대단한 거야. 완전 포상감이지."

약간은 흥분한 상태로 쉼 없이 내뱉는 아이의 말에 엄마가 뱉은 말은 그저, 밥이었다.

"밥은, 격리됐으면 밥은 어떻게 먹었어?"

"도시락이랑 전투식량 갖다 줬어. 먹을 만 해. 15분 동안 나갈 수 있게 해 줘서 도서관 가서 책도 빌려오고 아령도 가져왔어. 생활관에만 있어야 하니까 심심하지 않게 준비해야 돼."

"그래. 잘 때도 가능하면 마스크 썼으면 좋겠는데..."

"에이 그건 소용없지. 어차피 한 명이라도 확진되면 여기 그냥 다 걸렸다고 봐야지."

"그건 그렇지... 매일 먹고 자고 함께하는데... 그래도 조심해~ 안 걸리는 게 최선이야~"


이 통화를 끝으로 호재에게서 연락이 두절됐다. 전화 통화가 힘들 땐 문자에 답이라도 했었는데, 별일 없냐는 엄마의 문자에서 '1' 표시가 사라지지 않은 게 사흘째다. 엄마는 답답하고 초조해졌다. 분명 호재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연락이 두절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찾아가는 것뿐. 엄마는 집에 머무르라는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차를 몰았다.

4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부대 앞은 처참했다. 바리케이드 앞에 수백 명의 좀비 떼가 몰려있었다. 핏빛으로 물든 눈동자는 초점을 잃었으며 여기저기 물어뜯긴 상처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저들도 나와 같이 이 부대에 자식을 입대시킨 부모일까.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자식을 확인하러 먼길을 맨발로 내달려 온 걸까. 이미 '나'라고 부를 수 없는 몸이지만 무의식 깊숙이 자리 잡은 자식을 향한 애끓는 마음이 이곳으로 이끈 것일까.

엄마는 차문을 열고 부대 정문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생살이 뜯겨나가고 결국 좀비가 되더라도 이 문 너머의 아들을 보고 싶었다. 아들이 보내준 목걸이를 꼭 쥐고 좀비 떼 속에 섞여 들었다. 싱싱한 피 냄새에 좀비 떼들이 엄마에게 달려들던 바로 그 순간, 부대 정문이 활짝 열렸다. 수십 명의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총구를 겨누며 모습을 드러냈다. 타타타 타타 타타... 무차별적으로 쏘아대는 총구들 사이로 호재가 보였다.

'대테러 진압 임무를 맡은 나의 아들 호재. 국가 재난 상황에서 당당히 맨 앞에 나서 싸우는 용사.'

목걸이를 쥔 손에 힘을 주며 엄마는 좀비들과 함께 쓰러졌다.

살아 있었구나. 됐다... 살아있으니 됐다.



2022.02.24. 11:30

며칠째 네 연락을 기다리며 엄마는 소설을 쓰고 앉아있구나...

때마침 목걸이를 보냈잖니.

때마침 다정한 전화로 엄마의 생일을 축하해줬잖니.

때마침 위급한 부대 상황을 알려왔고, 때마침 연락이 두절됐잖니.

모든 상황이 좀비 영화의 클리셰가 되어 엄마의 불안을 자극했잖니...


아마도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같은 층에 확진자가 나와서 격리 조치되었으리라 짐작한다. 병사들의 확진 상황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니 보안을 위해 휴대폰 지급이 막혔으리라는 추측도 해본다. 그럼에도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괜찮은 거지?




2022.02.24. 21:50

< 지금 우리 학교는 >의 시즌 2는 < 지금 우리 부대는 >이 되어도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이렇게 글을 썼더니 불안한 마음이 좀 가시더라. 아빠는 송상병인 엄마를 붙잡고 명령하달 중이었다. 부대 소통 밴드 누구에게라도 상황을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 어디 알아볼 데 없느냐면서 말이야. 다행히 저녁에 네게서 답이 왔을 때 엄마 혼자 깜짝 놀랐다.

엄마의 미발행 글을 훔쳐보기라도 한 듯, 네 답은 짧고 강렬했다.

"우리만 살아남았어."


살아 있었구나. 됐다... 살아있으니 됐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겨울. 맨발. 크록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