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수요일에 브런치 작가명을 바꿀 거야."
"뭐? 당신 본명을 더 이상 안 쓰겠다는 거야?"
"응. 땡땡(OO) 유정이라고 바꿀 거야."
"뭐라고? 뚱땡유정? 푸하하하. 잘 어울리는데?"
"아 뭐래! 땡땡이라고 땡땡!"
"땡땡? 아~~ 뭐뭐 유정? 푸하하하. 난 또... 뚱땡이로 들렸잖아."
"아주... 확 그냥 막 그냥. 수요일에 두고 봐~ 이래저래 당신, 심난한 날이 될 수도 있어!"
수요일에 필명을 바꿀 계획을 남편에게만 스포했습니다. 이 글이 나가면 브런치에도 스포가 되겠네요. 앞에 두 글자는 가리고 스포했건만 그걸 '뚱땡'이라고 찰떡같이 알아들어 버리다니 원...
대통령 선거가 있는 수요일을 저는 '결전의 날'로 이름 붙였습니다. 일 년여 전부터 저와 정치노선을 달리 하기 시작한 남편 때문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눈만 마주치면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약간은 깐죽거리고 비아냥 거리기도 했지요. 하지만 저는, 정치 공부하는 시민으로서 어떠한 비판, 비난도 겸허히 경청하고 날 세우지 않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부단히 애썼습니다. 하도 잇몸을 악 물어서 여기저기 살이 너덜너덜해질 지경이죠...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 앞에서도 의연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선전포고를 했지요.
"만약에 이번 선거 결과가 맘에 들지 않으면, 난 당분간 큰아들 방에서 잘 계획이야. 그렇게 알아둬!"
동침을 불문율로 여기는 남편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였죠.
"알았어. 알았어. 당신이 뽑으라는 대로 뽑을게!"
급기야는 정치적 소신도 버리겠다고 했습니다. 정치보다는 사랑? 을 택하겠다는 것이었죠.
"아... 당신이 뭘 잘못 이해했나 본데... 당신이 누굴 뽑느냐와는 상관없이 선거 결과에 따라 그렇게 하겠다는 얘기야."
"왜? 왜 그래야 되는데?"
남편은 거의 울다시피 했습니다.
"그냥..."
차마, 함께 사는 상대 당 지지자의 꼴을 당분간 보고 싶지 않다는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정치를 공부하네,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져보겠네 해도 당분간은 힘들 것 같았습니다.
사전 투표를 하고 온 남편은 다시 한번 매달렸습니다.
"나 당신이랑 같은 번호에 투표했어."
아직도 그는 모릅니다. 그저 선거 결과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이죠.
게다가, 뚱땡유정에서 이미 답은 나왔다는 것을 말이죠.
과연.... 우리는 수요일 밤,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