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의 교육자원봉사가 시작됐습니다.
작년에는 두 개의 주제를 준비해 봉사를 다녔는데, 올해는 12개의 주제를 준비했습니다. 학교가(아이들이) 원하는 주제 두 개를 선택하도록 했지요. 덕분에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우리 봉사팀 다섯 명은 24시간 밀려드는 중압감을 견뎌야 했습니다. 몸이 바쁜 것 그 이상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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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첫 학교 첫 수업.
팀원 다섯 명이 모두 총동원되어 한 반에 들어갔습니다. 이례적인 일이었지요. 아이들에게 인사를 마치고 수업을 시작하기 위해 가방에서 USB를 찾는데, 이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 거예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두 개의 USB를 챙겨가는데 두 개 다 없었습니다.
당황하는 저에게 함께 간 교육자원봉사 선생님께서 자신의 USB를 건넸습니다. 혼자 수업에 갔더라면 어쩔 뻔했나... 가슴을 쓸어내렸죠. 봉사자 선생님이 주신 USB를 담임선생님의 컴퓨터에 꽂고 검색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수업 관련 파일이 없었습니다. USB주인이 나서서 이 폴더 저 폴더 열어봐도 소용없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죠. 열두 개 주제 중 아무것도...
이러한 돌발상황은 강사에게 흔한 일입니다.
이미 제 머릿속에 다 있는 내용인데 PPT 없다고 수업을 못할 일도 아니고 말이지요. 차분히 칠판 앞에 서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칠판에 붙여놓았던 디베이트 순서 안내 현수막이 사라진 것입니다. 자석으로 단단히 고정시켜 놓았는데 말입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죠.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진행되는 게 없다니... 올해의 교육자원봉사 스타트가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다니...
그때, 저의 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담임선생님께서 제게 다가오셨습니다. 제 옆에 바짝 붙어 서서 제가 해야 할 멘트를 하나하나 일러주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말하는 대로 앵무새처럼 따라 하라면서 말이죠.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용인교육자원봉사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육자원봉사 선생님입니다~'
"저는 용인교육자원봉사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육자원봉사 선생님입니다~"
이런 굴욕의 현장에서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이 말하는 그대로 따라 하는 강의를 두 시간이나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두 눈에 힘을 주었습니다. 파르르 떨리기만 하고 좀처럼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두 눈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어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렬한 열망을 담아 다시 부르르....
꿈에서 겨우 벗어났습니다.
악몽이 분명합니다.
5월부터 시작될 엄청난 스케줄을 앞에 두고, 태평한 저를 조급한 제가 흔들고 있나 봅니다.
"이제 4월이 막 시작됐을 뿐인데 왜 이리 호들갑이야?"라며 커피나 홀짝홀짝 마시는 저에게 제가 소리칩니다.
"미쳤냐? 주제가 12개야! 가야 할 학교가 다섯 군데라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봉사자 선생님들이 안 보이니? 뭐가 그렇게 태평하니? 일은 잔뜩 벌려놓고 잠이 오냐? 잠이?"
* 원래 보글보글 매거진 <만우절> 편에 넣으려 했던 글입니다. 진짜 만우절에 발행하게 됐습니다.
거짓말 같은 꿈 이야기... 꿈이라 다행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