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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Apr 07. 2022

각자의 바다로 출근하는 우리를 위하여...

< 바다로 출근하는 여왕님 - 김미희 글 / 정인하 그림 >

보리 작가님의 소개글을 읽고 용인시 도서관에 바로대출을 신청한 책이다. 새 책을 신청하면 인근 서점에서 바로 받을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이다. 도서관 신간 주문은 시간이 좀 걸리는 데 반해 이 제도는 최소 이틀이면 받을 수 있다.


< 바다로 출근하는 여왕님 >

제목과 표지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해녀에 대한 이야기다.

바다를 엄마품 삼아 파고들며 사는 사람이다. 아낌없이 주는 바다에게 위로받고 바다에서 삶의 이유를 찾는다.

바다에 몸뚱이를 맡겨 내 자식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사람이다. 배곯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온몸이 으스러질 것 같아도 장비를 주섬주섬 챙긴다.

굵직한 사연 하나씩은 옆구리에 차고 들어가야 긴 숨 참을 수 있는 사람이다. 사연의 농도에 따라 더 깊이 더 오래 견디는지도 모르겠다.

내 자식과 내 사연을 끌어안고 바다에 뛰어들다가 문득 내 옆에 서 있는 애기 해녀를 발견하고는 슬며시 그녀의 망사리를 채워주는 사람이다.


책을 덮으면 알 수 있다. 이것은 해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 각자가 가진 소설 몇 권 분량의 사연쯤은 꿀꺽 삼키고 사는 사람들. 내 삶도 팍팍하지만 너의 삶을 외면하지 못하는 그와 그녀들. 고단하고 지친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살다 보면 살아진다.'

상군 해녀가 애기 해녀에게 마음속으로 전한 말이다.

살다 보면 보이고 느끼는 것들이 생긴다는 말일 테다. 살다 보면 바다처럼 아낌없이 제 것을 나눠주는 이도 보이고, 살다 보면 결국 다 같은 무게의 짐을 짊어지고 사는 것임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겠지.


오늘도 각자의 바다로 비장하게, 그러나 담담하게 출근하는 우리들.

여전히 고단하고 힘들 테고 내 삶만 팍팍하다고 느끼겠지만,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포근한 마음 한번 내어주는 하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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