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May 03. 2022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코로나 증상

< 코로나19 주요 증상 >
발열 또는 오한 / 기침 / 숨 가쁨 또는 호흡곤란 / 피로 / 근육통 또는 몸살 / 두통 / 미각 또는 후각 상실 / 인후염 / 코막힘 또는 콧물/ 메스꺼움 또는 구토 / 설사
( 출처 : 질병관리청 )


"끝물에 걸리셨네요~"

동네 단골 이비인후과 간호사 선생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복도까지 흘러넘치던 환자는 오간데 없이 환자는 저 혼자였습니다. 이제는 한껏 여유가 넘쳐 보이는 의사 선생님마저 저를 심드렁하게 보셨습니다. 무슨 주식이나 코인 막차 탄 사람이 된 기분이었어요. 여태 뭐 하고 있었냐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요.


저는 2년 반 가까이 한 번도 콧구멍을 쑤신 적이 없습니다. 최소한의 외출 했고 마스크도 철저히 썼지요. 밀접접촉자나 수동 감시대상이 된 적도 없었습니다. 아들이 확진되었어도 저는 멀쩡했지요. 용케 피하고 끝나는 줄 알았는데, 코로나는 격렬한 마지막 인사를 꼭 하고 싶었나 봅니다.


처음엔 목만 아팠습니다. 작은 돌멩이 하나가 목구멍을 막은 것 같았죠. 목이 아팠던 적이 최근에 자주 있어서 코로나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식은땀이 흐르면서 뭔가 다르다는 걸 알았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전날 현기증이 계속되어 오후 내내 누워있었고 심지어 구토까지 했던 게 떠올랐습니다. 그것도 간혹 있던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거죠.

확진된 다음날, 본격적인 증상이 하나하나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인후통은 기본이고 심한 기침코막힘, 콧물, 두통, 근육통이 동반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기침을 하니 피로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죠. 사흘째 되던 날에는 후각과 미각이 상실되었고 미열도 났습니다. 닷새째에는  설사도 했지요.

그래도 중간에 약을 바꿔서였는지, 나을 때가 되서인지 몸이 서서히 나아지더군요. 이제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대요.


아픈 와중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욕심이 하나 있었습니다. 나흘 정도 제대로 못 먹었으니 1, 2 kg 정도는 빠졌을 거라는 기대를 품었습니다. 입안이 헐고 입맛이 써서 잘 먹지 못했다는 것이 제게는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잘 먹어야 낫는다'라고 했지만 '못 먹어야 빠진다'라고 생각하며 공복을 즐겼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저의 이 오묘한 몸뚱아리는, 나흘 동안 못 먹고 누워있었는데 오히려 몸무게가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초췌하고 홀쭉해질 줄 알았던 얼굴은 보톡스 시술받은 사람처럼 퉁퉁 부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못 먹어서 2kg 빠졌다는 사람은 봤습니다만, 오히려 쪘다는 사람은 본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이거, 학계에 보고해야 할 사안 아닌가요? 코로나 증상 중에 '부종', '체중 증가'를 추가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피곤하지만, 실내 자전거에 무거운 몸을 실어 달려야 하겠습니다.



지난 일주일, 남편은 참 바쁘더군요. 저를 간호하느라 바빴냐고요? 하하하... 그럴 리가요...

지난 2년 반 동안 칼퇴하던 이는 어디 가고, 하필 아내가 몸져누운 지난주엔 야근에 회식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나마 하루 일찍 들어온 날엔 작은 아이 밥만 차려주더라고요. 입맛이 없어 못 먹겠다는 아내를 측은하게 바라보기는 했지만, 그게 다였죠. "어쩌냐... 뭐라 먹어야지..." 하며 독서실로 쌩하니 나가버렸죠.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우리, 연애하는 사이도 아니잖아요. 입으로는 먹기 싫다고 해놓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해주냐?'며 관심법을 강요하 시기는 종료된 지 오래죠. 먹고 싶은 건 제 손으로 시켜먹으면 되고 남편에게 해달라면 해줬을 사람이니까요. '무엇을 어떻게 해달라!'며 정확히 지시하지 않은 제 탓이 큽니다.


그런데, 동생과의 전화통화로 각성이 일어났습니다.

"언니, 밥은 잘 먹고 있어? 형부가 죽 끓여줬어?"

"죽? 그게 뭐야? 먹는 거야?"

"아.. 형부가 죽 안 끓여줬어? 내가 상상하는 형부는 전복죽도 끓여주고 언니를 극진히 간호할 것 같은데?"

"그래... 상상 속에 남겨 둬~ 형부는 죽을 사서 줘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하는 것 같은데?"

"아... 형부, 실망이다..."


사실, 그런 것에 별로 연연하지 않은지 오래됐는데, 얘기 들으니 한편으로는 섭섭하대요? 그러고 보니 남편은 제 근처에도 잘 안 온 거 있죠? 평소에는 오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귀찮게 굴더니 지난주엔 제가 누워있는 방문 앞에 서서 멀찍이 저를 보기만 합디다. 한 손으로는 방문을 잡고 한 손으로는 제 발가락만 한번 쓰다듬고 가대요. 누가 잡아먹나 원....

"당신 되게 이기적이다. 누가 잡아먹냐? 내가 바이러스 덩어리야?"

"아니... 난 당신이 가까이 오지 말라고 하니까...."

"언제는 가까이 오라고 한 적 있어서 가까이 왔어??????!!!!!!!"

저 역시 궁색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언제는 좀 떨어지라고 난리를 치더니, 이제는 또 가까이 안 온다고 난리.


엿새째 되던 일요일 점심, 공부하러 나간 남편에게서 톡이 왔습니다.

"OO이가 같이 쌈밥정식 먹으러 가자는데, 같이 가서 먹고 올래?"

아... 이게 무슨 망발이랍니까...

"나 아파~~ 아프다고~~ 그리고 나 격리 중이라고~ 어딜 나가서 밥을 먹어!!!!!"

남편은, 천연덕스럽게 말했습니다.

"아.. 다 나은 거 아니었어? 난 괜찮은 줄 알았지."

몇 시간 뒤 남편은 해맑게 웃으며 친구랑 대패 삼겹살을 쌈에 싸서 실컷 먹었다고 자랑을 하대요. 어지러웠던 저도 아들과 집에서 손수 고기를 구워 먹었습니다. 설거지도 제가 다했지요.


그렇게 불쌍하게 보지 마셔요~

괜찮아요. 저, 이런 걸로 상처받는 사람 아니에요... 별로 섭섭하지 않습니다.

저 안 챙겨줬다고 남편에게 시비 걸고 그러는 사람도 아니에요.  

아마 남편이 코로나 걸려 아프다고 하면 복수 따위 대신 삼시세끼 영양 식단으로 잘 차려줄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투덜거리냐고요?

부종체중 증가 외에, 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코로나 증상이 제게 나타나서 그래요...

남편의 만행을 만천하에 폭로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증상요...


누워있다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급히 그려봤습니다. 제 눈에는 이렇게 보였는데, 당사자는 그런 적 없다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엄마 아빠랑 놀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