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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un 06. 2022

깻잎 논쟁을 없애는 간단한 방법

함께 식사하는 외간 이성이 깻잎지를 잘 못 떼어먹을 때, 자신의 애인이나 배우자가 젓가락으로 깻잎지를 눌러주는 상황.  

상관없다 vs. 이해할 수 없다.  

당신의 선택은?


케케묵은 이야기라 느껴질 정도의 소모적 논쟁이다.

영화 <모가디슈>에서는 남과 북의 공통된 정서를 상징하는 소재로 쓰였지만 실상에서는 미묘한 신경전으로 시작해 과한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깻잎 논쟁'.

맞닥뜨려본 적은 없지만 상상을 해보자면, '잡아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함께 식사하는 사람이 깻잎과 사투를 벌이는 광경을 외면하는 사람보다는 아래 놓인 깻잎을  다정하게 지그시 눌러주는 사람이 내 배우자라면 좋겠다.'라고 단순하게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니 논란이 됐을 터, 구체적인 상황을 몇 가지 설정해보면 '그깟 깻잎'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Case 1. 애인이나 배우자가 평소 나에게는 친절하지 않을 때

깻잎 논쟁을 피하기 위한 전제가 하나 있다. 애인이나 배우자가 평소 나에게도 친절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이 식사할 때, 깻잎뿐 아니라 오이소박이 한 끝을 잡아 잘라주는 사람, 생선을 발라 나의 밥 위에 올려주는 사람이라면 타인의 깻잎을 잡아주어도 큰 문제없다. 워낙에 다정이 몸에 밴 사람이 내 애인, 배우자라는 건 오히려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밥 묵자!" 한마디로 식사의 시작을 알리고 오로지 제 입에 들어가는 밥에만 신경 쓰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외간 이성의 깻잎을 떼어준다? 이건 다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


Case 2. 외간 이성이 누가 봐도 예쁘고 멋진 사람일 때

외간 이성의 외모나 매력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옆에 앉아 있는 내가 유난히 오징어처럼 느껴진다면 자격지심이 커질 테고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 이미 반쯤은 넘어간 것 같다는 배신감, 어쩌면 이미 그렇고 그런 사이일지 모른다는 의심으로 확장되어 애꿎은 깻잎에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두터운 신뢰가 형성된 관계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겠지만, 사랑은 움직이는 거다. 순식간에...


유퀴즈에 출현한 카이스트 뇌과학자 김대수 교수는 깻잎 논쟁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깻잎을 떼는 행동은 다섯 개의 손가락을 사용하는, 테라 헐츠(Thz) 단위의 신경이 개입하는 두뇌 몰입입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라는 것은 그만큼 마음을 쓴다는 것인데, 사랑하는 사람에게 집중하고 있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죠. 게다가, 내 침이 묻었던 젓가락으로 깻잎을 떼어냈기 때문에 나머지 한 장은 내가 먹을 수밖에 없는데, 운명적으로 붙어있던 깻잎을 한 장은 그분이 드시고 한 장은 내가 먹었다는 게...."



이 논쟁을 불식시킬 나만의 비법이 있다.  

비법을 소개하기 전에, 심각한 논쟁일수록 사소하고 우습게 만들어버리기를 권한다. 오고 가는 젓가락의 심상치 않은 떨림에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깻잎 반찬이 놓여있는 식탁에서 큰소리로 룰을 외치는 것이다.

"왼쪽에 앉은 사람이 깻잎 떼어주기~"라든지, "깻잎은 셀프로 떼어먹기! 두장 딸려가도 그냥 먹기!"라고.

오해를 만들만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게 환경설정을 해주자는 것이다.


밥상을 책임진 사람들이 조금만 신경 쓴다면 이 모든 논쟁을 잠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아주 간단하고 쉬운 방법 하나로 이 땅 어느 식탁에서든 평화롭게 깻잎을 먹을 수 있다.

깻잎지를 만들 때 깻잎을 한쪽 방향으로 가지런히 놓지 않는 것이다. 거의 모든 레시피에서 '깻잎을 차곡차곡 쌓아주세요'라고 가르쳐주는데, '차곡차곡'을 과감히 버리는 거다. 대신 깻잎을 15도 정도씩 엇갈려가며 놓는다. 다시 말하면, 깻잎 꼭지가 한쪽 방향으로 쏠리지 않게 놓으라는 것. 6장 정도를 그렇게 돌려가며 쌓아놓고 양념장을 뿌리고 그러기를 여러 번 반복해 깻잎지를 만든다. 이렇게 만든 깻잎지는, 99.9% 잘 떨어진다. 누가 잡아주지 않아도 내 손에 잡힌 한 장만 벌떡 일어난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깻잎 잎사귀에 분포한 잎맥들이 같은 방향으로 놓이게 되면 결이 같게 되어 떼기 어려워지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김대수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3차원이었던 깻잎이 2차원으로 딱 붙어"버리는 것이다. 지그재그로 결을 달리해 쌓은 깻잎들은 시간이 지나 축 늘어지더라도 미세하게 떨어진 틈을 유지해서 떼어먹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 간단하고 손쉬운 처치만으로 식탁 위 사소한 논쟁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신기해서 자꾸 떼어먹다가 밥 두 공기 먹게 되는 것 주의! 



서로 다른 결을 품고 살아가는 우리가 찰싹 붙은 깻잎을 떼어주며 조금씩 결을 맞춰가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면, 시답잖은 논쟁이 서로가 한 뼘쯤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것 같아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그깟 깻잎 때문에 시비 붙는 사이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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