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작은 아이의 고3 1학기가 끝납니다.
수시전형 입시를 위해 고등학교에서 할 수 있는 준비가 끝났다는 이야기죠. 아직 생기부 기록이 마감된 것은 아니지만 성적이 나왔으니 더이상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아이는 학기 중에는 미처 제출하지 못했던 독서록을 챙기는 것으로 학기를 마감했습니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던 한 달 전, 수학학원을 가던 아이가 갑자기 혼잣말을 시작했습니다.
"아... 이번 미적분 시험 잘 봐야 되는데. 지난번 중간고사 때의 실수가 너무 컸어. 지난 시험이 아주 어려웠으니 이번에는 쉬울 텐데... 수행은 00점이고 지난번 시험이 00점이고 0등이었으니까 0등급을 받으려면 이번 시험은 무조건 만점을 받아야 하는데..."
시험을 앞두고 초조해하는 아이가 안쓰러웠습니다. 성적이나 일상, 세상에 무심한 듯 보였지만 여느 고3처럼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구나... 새삼 그 고단함이 느껴졌지요.
"그렇게 걱정돼? 이번에 실수 안 하면 되지."
"내가 실수 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이 실수하기를 기도해야 한다는 게 참 씁쓸한 현실인 거지. 나한테는 그 등급이 필요한데, 내 앞에 있는 애들은 이번 시험에서 실수하고 나는 실수하지 않아야 그 등급을 받을 수 있잖아. 그게 참...."
"너는 공부나 해! 다른 아이들이 실수하라는 기도는 엄마가 할게!"
스카이캐슬 같은 드라마 속 엄마라면 이렇게 냉혹한 발언을 서슴없이 했겠지요. 하지만 현실 속의 저는 달라야 했습니다. 친구를 밟아야만 내가 올라갈 수 있는 현실, 그 씁쓸한 현실을 애달프게 마주한 아이의 휑한 눈을 바로 옆에서 봐야 하는 저는 다른 엄마여야 했습니다.
"지금의 그 마음을 잘 기억해. 네 공부의 목적과 이유가 그런 씁쓸한 세상을 조금은 바꾸는데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기를..."
아이는 결국 원하던 성적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몇 명의 아이들은 기말고사에서 실수를 했을 테고 작은아이가 느꼈을 현실의 씁쓸함을 더 진하고 아프게 느꼈을 겁니다.
학기가 끝나는 지금,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지원을 하고 자소서는 어떻게 쓸 것인지, 면접에서는 어떻게 답할 것인지 준비하는 시간이 시작됩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누군가의 실수와 실패를 기원해야 하는 시간이 시작됩니다. 비단 입시생의 삶만 그러할까... 고민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아...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최대화시키는 삶을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