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 형 결혼식에 맞춰 일주일의 짧은 휴가를 나왔다가 복귀하는 너를 기차역까지 태워주고 왔다. 부대 복귀는 내일이지만 휴가 나온 선임들과 부산에 모여 시간을 보낸다고 했지. 네 복귀를 핑계 삼아 오래간만의 가족 여행을 가볼까 하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엄마는 전혀 섭섭하지가 않다. 잘 지내다가 갔으면 됐지 뭐. 고3인 동생에게 여행이 가당키나 한가 싶기도 하고 말이야.
결혼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나간 너는 다음날 동이 트기 전 귀가를 했지. 새벽에 들어와 잠이 들면 점심이 훌쩍 지날 때쯤 일어나 꿈뻑꿈뻑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어느새 나가버리고 없는 너, 그러기를 꼬박 엿새. 심지어 오늘 아침에는 말이지, 9시 기차를 타기 위해 8시에는 집에서 떠나야 한다며 7시에 들어왔지. 하지만 엄마는 전혀 섭섭하지가 않다. 놀랍게도 이번 휴가에는 친구를 한 명도 집에 데리고 오지 않았으니. 그 정도면 엄마를 향해 충분히 배려했다 싶구나.
집구석에 붙어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으니 집밥을 먹을 새도 없었지. 일주일 동안 딱 두 끼를 먹었구나. 너를 위해 해 두었던 겉절이와 백김치가 전혀, 전~~ 혀 줄지를 않았지만 엄마는 섭섭하지가 않다. 그래도 맛은 봤잖니. 묵은 김치 대신 새김치를 했다는 성의는 알아채지 않았겠니? 몰랐다고? 산 김치인 줄 알았다고? 그래도 괜찮다. 엄마는 전혀 섭섭하지가 않다. 그저 맛있게 두 끼라도 먹어줬으면 그걸로 좋다.
너를 역에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와 방을 치우려는데, 엄마 키보다 조금 작은 서랍장 위에 반짝이는 물체가 보이더라.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고 깜짝 놀랐지. 네 목에 달려있어야 할 군번줄이 떡하니 놓여있지 뭐냐.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카톡도 읽지 않으니 엄마는 애가 탔다. 고속버스택배로 보내줄까 싶어 버스 시간표도 알아보고 이참에 네 동생과 기차를 타고 부산여행이나 다녀올까 계획을 짜기도 했지. "헉! 어떻게 해! 보내줄 수 있어? 내가 다시 집으로 갈까?" 뭐 이런 답을 기대했는데 네게서 온 대답은 "하나 더있엉"... 네 동생이랑 여행삼아 갖다 주려고 했다는 말에 웃으며 "고3이 공부해야지..."하는 너였지만 하나도 섭섭하지 않다. 엄마는 전혀 섭섭하지가 않다. 걱정거리가 이리도 간단히 해결되었으니...
"집에 온 게 아니라 여행 온 것 같아. 이제는 군대가 집처럼 너무 편하거든. 여행지 숙소에 짐 풀고 여행 다니는 기분이야."
너의 이 말이 처음엔 그렇게 섭섭했는데, 섭섭해하는 엄마가 더 이해가 안 간다는 네 아빠, 동네 지인들의 타박을 들으니 '아, 내가 문제구나. 아직도 아들을 품 안에 넣어두고 살고 싶어 하는 내가 문제였구나...'싶어 섭섭한 마음을 털어내기로 했다. 게다가 누가 그러더구나. 휴가 나온 아들이 친구도 안 만나고 집에서 엄마랑만 붙어있는 게 좋냐고. 그랬으면 좋겠냐고. 그제야 네 모든 행동이 이해가 됐지.
숙소에 짐 풀고 여행하는 투숙객에게 아들 같은 살가움과 다정함, 함께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요구하는 민박집주인이라니... 어떤 게 더 자연스러운 것인지를 조금은 당혹스럽지만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