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고무신 일기 번외편 #2.
"으아악!!!!!! 뭐야~~~~ 으아아아아앙~~"
남편이 준비한 선물에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선물을 끌어안고 미친년처럼 막 웃었고 다시 눈물을 닦았다.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멀찍이서 선물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다시 가까이 다가가 꼭 끌어안았다.
아들...
꿈에 그리던 우리 큰아들.
제대를 90여 일 앞둔 그 아이가 내 앞에 환하게 웃으며 서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엄청 좋아할 만한 깜짝 선물이 우리 큰 아들이었던 거야? 오늘이 며칠인데? 그저께 엄마랑 통화할 때 11월 1일에 휴가 나온다고 했잖아. 거짓말했던 거야? 당신은? 당신은 언제부터 알았던 거야? 우리 막내도 알았던 거야? 나를 놀라게 해 주려고 셋이 짠 거야? 어떻게 이렇게 깜짝 이벤트를... 와... 정말...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상상도 못 한 선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울다가 웃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안중에도 없었다.
식탁에 넷이 둘러앉아 케이크에 불을 켜고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겨 돼지갈비를 먹고, 3차를 가서 노가리에 소주를 먹는 내내 우리의 이야기 주제는 'Dday', 아니 '파김치', 아니 '구박'이었다.
"아들아. 말도 마라. 네 계획을 지켜주려고 아빠가 당한 핍박, 구박, 설움을 생각하면 참... 눈물 난다. 눈물 나. 아빠 너무 힘들었다. 네가 좋아하는 엄마표 김치를 먹여주고 싶었을 뿐인데 엄마가 바쁘고 힘든데 김치 투정한다고 얼마나 구박하던지. 갈비찜 해달라는 말은 차마 꺼내지도 못했다. 하두 구박하길래 확 불어버릴까 하다가 네가 열흘 전부터 부탁한 일이라 꾹 참은 거다. 게다가 한 번의 큰 고비가 있기도 했어. 며칠 전에 엄마가 아빠랑 맥주 한잔 하다가 너 보고 싶다고 우는데, 살짝 흔들렸다. 며칠 있으면 아들이 휴가 나온다고 말해줄까 살짝 망설였지. 우리 큰아들이 그린 큰 그림 망치지 않으려고 참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구박을 구박을... 그런 구박이 없더라. 나 그렇게 새김치 해달라고 투정 부리는 사람이 아닌데 내가 그 정도 얘기하면 눈치챌 것이지. 가만 보면 너희 엄마 참 눈치 없어. 그렇지?"
보고 싶던 아들이 깜짝 선물로 와준 것이 행복했고 모처럼 네 식구가 한데 모여 밥 먹고 웃고 떠든 것이 좋았지만, 무엇보다... 안도했다.
난 파김치가 되면서도 파김치를 만들었다. 아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편을 위해서였다는 게 중요하다.
남편은 아들을 위해 김치 투정을 했다지만 내가 듣고 본 것은 남편의 투정뿐이었으며 내가 파김치를 담그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절대 아들 때문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일 끝까지 구박만 하고 파김치를 하지 않았더라면? 양념게장을 주문하지 않았더라면? 실망한 아들이 아니라 절망한 남편을 마주해야 했을 테다.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아내를 확인하고 두고두고 원망했을 남편을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러니, 늦은 밤 파를 다듬고 양념을 버무린 나를 칭찬해야 마땅하다.
앞으로도 파김치는 무조건 담그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