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들이 디베이트를 접하고 배웠으면 하는 이유는 크게 일곱 가지예요.
1. 잘 읽을 수 있다.
2. 잘 쓸 수 있다.
3. 잘 들을 수 있다.
4. 잘 말할 수 있다.
5. 잘 생각할 수 있다.
6. 잘 선택할 수 있다.
7.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
1. 잘 읽을 수 있다.
"디베이트는 말로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읽고 쓰는 걸 잘할 수 있게 돼요?"
좋은 질문이에요. 디베이트는 서로의 의견을 말하고 상대와 심판, 청중을 설득하는 과정인데 갑자기 읽어야 하고 써야 한다고 하니 어지럽죠? 그런데 잘 말하려면 잘 들어야 하고요, 잘 들으려면 읽고 쓰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디베이트를 배우면 언어의 4가지 능력을 향상할 수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읽고 쓰는 거예요.
읽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해요.
첫째, 배경지식을 쌓을 수 있어요.
주제에 대해 막힘없이 술술 말하고 싶나요? 상대가 어떤 주장을 펼치든, 어떤 근거를 제시하든 순발력을 발휘해 방어하고 싶지요? 그러려면 배경지식이 있어야 해요. 디베이트 주제가 정해지면 주제와 관련된 책이나 신문기사, 논문등을 찾아보고 읽게 됩니다. 처음엔 힘들 수 있지만 자꾸 읽다 보면 어려운 지문들도 익숙해지죠. 입안문을 쓸 때 책이나 기사, 논문 내용을 인용하게 되고 디베이트를 하며 말하는 과정까지 이어지게 되면 그 어려웠던 내용이 나의 배경지식으로 남게 돼요. 디베이트를 하면 할수록 조금씩 똑똑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둘째, 문해력이 높아져요.
요즘 워낙 강조되고 있는 문해력. 다들 들어보셨지요?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아니에요. 글을 읽으면서 의미를 구성하는 종합적인 능력이지요. 즉, 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서 맥락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까지를 일컬어요. 디베이트를 하기 위해 자료를 읽을 때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읽어야 해요.
이 글은 찬성과 반대의 입장 중 어느 측면을 강조하는 글이지?
특정 입장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특정 입장에 유리하게 쓰인 글은 아닌가?
언제 어디서 발행한 글이지?
자료의 출처는 어떻게 되지? 신뢰할 만한 자료인가?
이 자료의 핵심 내용, 주장은 무엇이지?
주장에 대한 근거를 무엇으로 들었지?
반론의 여지는 없나?
이 자료를 우리 팀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자료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료에서 답을 구하는 그 과정은 읽기를 넘어서는 공부의 과정이에요. 반복적인 읽기 공부 훈련을 거치면 과학, 사회, 철학, 예술 어떤 유형의 질문이 주어져도 어려움 없이 읽고 핵심내용을 파악하여 필요한 내용을 재구성하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2. 잘 쓸 수 있다.
"아!!!! 쓰는 건 정말 싫어요. 꼭 써야 디베이트를 할 수 있어요?"
"전 원래 말발이 좋기로 유명해요. 쓰지 않아도 잘 말할 수 있어요."
쓰는 것. 너무 싫죠? 요즘 학생들은 점점 쓰기에서 멀어지는 환경이지요. 일기 검사도 학교에서 하지 않고 손 편지를 쓰는 일은 거의 없을 테고요. 하지만 쓰는 것은 말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해요. 잘 쓰는 사람은 잘 말할 수 있지만 말만 잘하는 사람은 잘 쓰기 어려워요. 말 잘하기로 유명한 학생들이 쓰지 않고 발표하는 것을 많이 봤어요.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발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몰라요. 멋진 말도 섞어가며 말하는 자신이 마냥 뿌듯하기만 하죠. 하지만 듣는 사람은 알아요. '했던 말을 또 하는구나, 똑똑한 것 같기는 한데 어딘가 정리가 안 됐구나, 제대로 자료 조사를 했거나 준비를 한 건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돼요. 게다가 정리되지 않은 말을 하다 보면 말이 늘어지고 지루해지기 마련이에요.
쓰는 행위는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에요. 머릿속에 100가지 생각이 넘쳐나는데 그걸 말로 하려면 어디서부터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잘 모르거든요. 주어진 형식에 맞춰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 쓰다 보면 100가지 생각을 비슷한 것끼리 묶고 중요한 것만 간추려 정리하게 돼요. 나의 생각에 읽은 자료를 엮게 되면 더없이 훌륭한 글이 완성되는 거지요. 디베이트 입안문을 강조하는 이유가 그거예요. 디베이트 입안문은 우리 팀의 생각과 그것을 뒷받침할 근거자료가 잘 정돈된 글이에요.
입안문의 구조는 일반적인 논설문의 구조와 같아요. 서론 - 본론 - 결론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전 이 글쓰기를 산에 오르는 것에 비유하고 싶어요.
입안문이라는 산에 오르려고 해요. 오르기 전에 준비 운동도 하고 이 산이 무슨 산인지 누구와 함께 가는지 뭘 준비해 가야 하는지 계획하게 되죠. 서론이 바로 그 지점이에요. 주제가 뭔지, 왜 이 주제가 토론 거리가 되는지, 우리 팀은 이 주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지를 알려주면서 슬슬 시동을 거는 거지요.
산 정상에 다 올라갔어요. 정상에서 뭘 하나요?
"밑에를 내려다보며 '야호'를 외쳐요."
"휴식을 취해요."
"간식을 먹어요."
산 꼭대기라는 건 등산의 본래 목적을 달성했다는 거예요. 입안문에서도 본래의 목적, 즉 주장하는 바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해야 하죠. 오늘의 주제에 찬성 혹은 반대하는 이유를 이야기하고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해요. 진짜 하고 싶은 중요한 말은 여기에서 다 풀어놓는 거지요. 아 참! 요즘은 산에서 함성을 지르면 안 된대요. 산짐승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군요.
자, 이제 산을 내려가요. 짐도 가벼워졌고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이 되지요. 오늘을 다시 돌아보며 '오길 참 잘했다'거나 '힘들었지만 좋았다'거나 각자의 소감을 이야기할 거예요. 입안문의 결론에서도 앞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고 주제와 관련된 우리 팀의 소감으로 마무리하는 거예요. 앞으로 기대하는 바를 적어도 좋지요.
입안문 쓰기를 반복적으로 연습하다 보면 글 쓰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져요. 대부분의 글쓰기는 이런 형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거든요. 강원국 님이 쓴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에 보면 다양한 글쓰기 형식이 소개되어 있어요. '기-승-전-결', '현상 언급 - 원인 언급 - 해결책 제시 ', '관심 끌기 - 주제 제시 - 구체적 진술 - 마무리', '본인의 주장 제기 - 반대의 의견 언급 - 종합적인 결론과 해법 제시'. 어떤가요? 용어는 다르지만 디베이트 입안문 글쓰기의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입안문에서 본론을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본론에서는 세 가지에서 네 가지 논거를 제시하게 돼요. 각각의 논거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막연하죠? 각각의 논거를 한 단락이라고 보고 각각의 단락은 OREO 글쓰기나 PREP 글쓰기 형식에 맞춰 쓰면 돼요.
OREO와 PREP 글쓰기 모두 영어 단어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글쓰기 명칭인데요, 결국은 같은 방식이에요.
Opinion (의견) - Point(주장) 핵심 의견을 주장합니다.
Reason (이유) - Reason(이유) 이유와 근거로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Example (증명) - 'Example(사례) 사례와 예시를 통해 구체적으로 증명합니다.
Opinion/Offer (의견/강조) - Point(결론, 요약) 핵심 의견을 강조하거나 방법을 제안합니다.
5학년 친구가 직접 썼던 OREO 글쓰기를 한 번 볼까요?
Opinion (의견) - 여러분, 전동 킥보드를 아무 곳에나 세우지 맙시다.
Reason (이유) - 왜냐하면, 아무 곳에나 세워둔 킥보드 때문에 다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Example (증명) - 길 한가운데에 전동 킥보드가 놓여있으면 걸어 다니는 것이 아주 불편합니다. 피하려다가 사고가 나기도 하지요. 지난주만 해도 전동 킥보드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을 여러 명 보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사람이 킥보드를 피하다가 사고가 나기도 했고요.
Opinion/Offer (의견/강조) - 그러니,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고 나면 모두의 안전을 위해 지정된 장소에 주차하도록 합시다.
이런 글쓰기는 하고자 하는 말을 글의 가장 앞에 두는 '두괄식' 방식인데요,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정확히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어서 주장하는 글에 많이 활용돼요. 이런 단락이 3개 모여서 디베이트 입안문의 본론을 구성한다고 보면 됩니다. 참 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