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100일 기도 자서전 #20. D-5
드디어 고3.
코로나 시국에 다른 학년은 원격수업을 해도 웬만하면 등교하는 학년.
지난 12년의 학창 시절을 마무리하고 사회인으로 나가는 마지막 관문을 치르는 해.
대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지만 고3에게 주어진 몇 안 되는 선택지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입시를 해결해야 하는 시기.
남들 다 겪는 고3을 너도 시작했다.
1학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내신과 수행 모두를 성실히 챙겼고 어떤 대학 어느 학과를 써야 하는지를 수개월간 고민했으며 그래도 답이 나오지 않아 마지막까지 머리를 쥐어뜯었지. 자기소개서를 수십 번 고쳐 써 가며 원서접수를 마쳤고 이후로는 줄곧 수능 공부에 매달렸다.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은 입안 가득 채운 쿠키로 달랬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서 이 지긋지긋한 입시를 끝냈으면 좋겠다는 꿈, 빨리 실컷 게임하고 싶다는 바람을 수시로 토했지.
너와 함께한 지난 18년보다 올 한 해가 더 까마득하고 멀게 느껴진다. 영유아기에 네가 했던 말, 몸짓은 또렷하게 기억나는데 올해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코로나에 걸려 자가 격리하며 3월 모의고사를 치른 것이나, 마지막 수행 준비로 토 나올 것 같다고 투덜대던 것, 다른 아이들의 실수를 기도해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고 싫다고 했던 것, 수시상담을 하면서 자존심 상해하던 일, 이런 것들은 엄마가 썼던 글을 통해 기억해냈을 뿐이고 사실은 올 한 해가 송두리째 뽑혀나간 것처럼 머릿속이 멍하다.
특별히 기억할 것이 별로 없어서라기보다는 그만큼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서일 테다. 꾹꾹 눌러가며 밀도 있게 살아낸 매일을 기억해내 글로 쓰기가 벅차다. 그러니 수능까지 남은 날은 우리의 하루하루를 담아야겠다.
입시를 며칠 앞두었다고 세어가며 초조해하는 하루가 아니라, 그저 우리의 하루.
넌 변함없이 교복을 입고 아침밥을 먹고 등교하는 하루, 엄마는 늘 하던 대로 아침을 차려놓고 옷을 입고 디베이트 수업을 하러 나가는 하루 말이야. 매일매일 바쁜데 평온하며 피곤한데 가벼운 하루.
다음 주부터는 학교도 오지 말라지?
3학년에 올라와 어제까지, 단 하루의 가정학습도 쓰지 않고 꼬박꼬박 학교에 나간 너였다. 교복 넥타이에 조끼까지 제대로 챙겨 입고 학생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는 엄청난 신념을 가진 아이처럼 지각 한번 하지 않고 매일 등교했지. 등교하는 3학년 학생이 20여 명뿐이라는데 그중 하나가 너였다. 가정학습을 하게 되면 계획서와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그게 너무 귀찮다는 게 네가 학교에 가는 이유였다. 차라리 학교에 가는 게 그나마 덜 귀찮다는 것이었지. 1, 2학년 체육대회가 있던 얼마 전, 담임선생님이 제발 가정학습 쓰고 집에서 조용히 공부하라고 했을 때도 학교에 간 너다.
'급식 많이 먹은 아이가 입시에 성공한다'라는 3학년 부장 선생님의 말씀을 엄마는 믿는다.
점심 챙겨주기 힘드니 학교에 가라고, 무조건 가서 급식이라도 먹고 오라고 했던 엄마의 말은 부장 선생님의 말에서 기인했다. 3학년에서 너만큼 급식을 충실히 먹은 아이가 또 있을까. 꾸역꾸역 급식을 챙겨 먹으러 등교하던 네 뒷모습을 보면서, 잠시 울컥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고 있다. 마미손의 노래 가사처럼,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