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금지곡 22. PICK ME(Produce101)

수능 100일 기도 자서전 #22. D-3

by 늘봄유정

D-3 (2022.11.14)


수능을 앞둔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이다.

장 트러블이 심한 네가 수능날 급*이 마려운 건 아닐지, 아침에 화장실 가느라 입실 시간에 늦는 건 아닐지가 제일 걱정이다. 그래서 이번 주부터는 먹는 것에 각별히 신경 쓰려고 했는데, 일하느라 네 점심을 제때 챙겨줄 수 없던 엄마는 점심으로 마라탕을 배달시켜주었다. 저녁이라도 따끈한 밥을 챙겨주었으면 좋으련만 저녁부터 꾸벅꾸벅 조는 네게 바깥바람 쐬어준다는 핑계로 회전초밥을 먹으러 갔다.

마라탕에 초밥. 다음날 화장실 드나들기 딱 좋은 메뉴 선정이다. 걱정하는 엄마에게 너는 오히려 잘됐다고 했지. 미리 장을 비워놓아야 수능 당일날 곤란하지 않을 거라며 말이야.


회전초밥집에 가서 네가 가장 마지막으로 집은 것은 초콜릿 케이크이었다. 싸구려 뷔페에 나오는 작고 뻣뻣한 그 케이크를 꼭 먹고 싶다고 했지. 방금까지 돌고 있던 케이크를 누가 집어갔는지 한참을 기다려도 보이지 않자, 너는 주방장에게 부탁해달라고 엄마에게 요청했다. 초밥집에서 케이크를 달라고 말하기가 민망하다나.

두 접시나 먹더구나. 그러고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식사를 끝냈다. 마라탕에, 초밥에, 싸구려 케이크. 이제 싸기만 하면 된다.


"똥 계획을 세워 봐. 수능 전날 밤에 쌀 건지 당일 아침에 쌀 건지."라고 묻는 엄마에게,

"요즘 리듬이 좋아. 지금 같은 추세로 싸면 딱 좋은데."라고 답하는 너.

수능을 앞둔 우리의 대화는 먹는 것과 싸는 것에 관한 것뿐이다. 더럽고 원초적이며, 수능과는 아주 멀다.


엄마는 네 입으로 들어가 항문으로 나올 input과 output에 신경 쓰고, 너는 네 머리로 들어가 손으로 나올 input과 output에 신경 써야 한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열심히 채워 넣은 모든 것이 제대로 나올 수 있도록, 우리 둘 다 힘쓰자.




*덧 : 각 챕터의 이름은 수능 금지곡 제목입니다.

수능 전에 들으면 수능 시험날 온종일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는 곡들이죠.

그 곡들의 제목을 상기시킴으로써, 금기에 과감히 맞서겠다는 엄마의 의지입니다.


PICK ME - Produc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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