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면접을 앞두고...

by 늘봄유정

"아우! 제발 그만 좀 왔다 갔다 해! 때 되면 어련히 알아서 나올까!"

이 말을 남편에게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이른 아침 면접장에 들어간 작은 아들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가운데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만은 없다던 남편은 주차장과 면접장 건물 앞을 수시로 왔다 갔다 했습니다. 8시부터 시작한 면접은 조마다 10분 간격으로 진행되었는데, 아들이 몇조에 속해있는지 모르는 상태이니 최악의 경우 모든 면접이 끝나는 12시쯤 나올 수도 있었습니다. 지난번 타학교 면접 때, 12시에 들어가 5시에 나왔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진득하니 앉아 책을 읽거나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거나, 그도 아니면 저처럼 노트북을 들고 와 일을 하며 생산적으로 시간을 보내면 될 것을, 남편은 똥 마려운 강아지마냥 차를 들락날락, 왔다 갔다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갈 테면 혼자 갈 것이지 운동 좀 해야 한다며 저까지 끌고 왔다 갔다 하기를 수차례. 덕분에 저는 오전에만 6,000보를 걸었습니다. 그러니 남편은 이미 만보를 훌쩍 넘겼을 겁니다.


남편의 호들갑은 전날부터 시작됐습니다.

"새벽에 출발해야 하니 아침에 따뜻하고 소화 잘 되는 죽을 먹여야겠네."라고 혼잣말을 굳이 제 면전에 대고 하더군요. 끓이라는 얘기죠. 누룽지를 끓이겠다는데 전복죽이었으면 좋겠다는 은근한 협박까지 더해서요.


아닙니다. 남편의 호들갑은 며칠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미 수험표까지 출력해둔 저에게 학교 홈페이지에서 찾았다며 면접 유의사항을 출력해왔고, 미리 봐 두면 좋겠다며 면접 안내 영상을 보냈습니다.


자식의 입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남편의 모습이 참 기특하고 고맙습니다. 수능을 앞둔 시점 안방에서 이어폰을 끼고 한국시리즈를 관람하던 노력도 높게 삽니다. 큰아들의 입시 때, 특별히 관심을 보이지도 않다가 원서를 접수하던 순간 엉뚱한 대안을 들고 나와 분위기를 흔들며 개입하던 때와는 온도차가 큽니다. 아이의 성적에 따라 관심, 참여도가 다른 아버지는 아닐 것이라 굳게 믿고 싶습니다. 설마요. 그저, 그도 성장한 것이겠죠.


아무튼 남편의 호들갑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입시 레이스의 마지막 관문인, 가장 원하는 대학의 면접을 앞둔 지금. 회사에 있는 성능 좋은 프린트로 수험표와 안내사항을 출력해 왔습니다. 면접이 평일 오전이라 아들과 저 둘이서 가려고 했는데 반차를 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당신이 같이 가면 너무 정신이 없어!"라는 제게,

"히잉.... 내가 가서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은데..."라며 입을 삐죽거리니, 하는 수 없이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늘 담담하고 차분하던 작은 아들도 이번 면접을 앞두고는 초조한 감정과 희망을 숨기지 않습니다. 불안해하는 아들을 데리고 쇼핑을 갔습니다. 면접 때 입을 재킷과 바지, 니트를 사러 돌아다니면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길까 싶었는데, 저녁을 먹으며 또 걱정을 했습니다.

"아... 나 떨어지면 어쩌지? 붙을까? 됐으면 좋겠는데?"

자식 앞에서는 태연한 척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저란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집니다.

"3년 동안 열심히 살아왔다는 걸 보여주면 되는 거야. 있는 그대로. 잘할 거야. 잘해왔잖아. 붙을 거야. 붙었어~~"

하지만 제 마음도 타들어간 지 오래입니다. 며칠 전부터 불면에 시달리고 입술은 부르텄습니다. 하루 종일 심장이 요동쳐 수시로 심호흡을 해야 합니다. 가끔은 울컥하기도, 눈물이 차기도 합니다. 하필 면접 전날인 오늘은 종일 아무 일정도 없습니다. 오래전 손을 놓은 뜨개질을 해보고 휴대폰 게임에도 빠져보지만 시간이 가지 않습니다. 가까운 절에라도 가야 하나 엉덩이가 들썩입니다. 면접이 끝나는 내일 이 시간쯤에는, 우리 셋 모두 조금쯤 가벼워져 있겠죠? 내일 우리는 마주 보며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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