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 안내를 종료합니다.

by 늘봄유정

2주 전 A학교의 면접이 있던 날, 면접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남편은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빠가 간밤에 꿈을 꿨는데, 네가 지원한 학교, 학과의 면접을 아빠가 보고 있는 거야. 교수들이 어떤 질문을 했는데 너무 생생한 거 있지? 그래서 아빠가 자다 말고 일어나 검색을 해서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어. 혹시 진짜 똑같은 질문이 나올지도 모르잖아. 잘 들어봐?"

그러면서 남편은 한참 동안 준비한 답변을 했습니다.

안 그래도 초조할 아이에게 왜 저렇게 부담스러운 이야기를 하는지 못마땅했습니다. 마음을 다스리고 있을 아이 귀에 들어가기나 할까 싶었지요. 아이는 잠자코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밤잠 설치며 걱정한 아빠의 마음을 헤아린 것이 기특했습니다.


면접이 끝난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오는 아이에게 남편이 맨 처음으로 질문한 것은 "나왔어? 아빠가 들은 질문을 교수님들이 하시디?"였습니다. '그게 진짜 나왔을 거라고 생각하고 저러나?' 생각하고 있는데, 아들이 말했습니다.

"그 질문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다른 질문에 답변하면서 아빠가 해준 얘기를 잘 버무려 얘기했어."

그제야 안도하는 아빠와 둘의 모습에 흐뭇해진 저였습니다.


그로부터 2주 후인 어제.

예정 시간보다 이르게 합격자 발표가 나는 바람에 저는 운전 중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합격자 조회를 했습니다.

< 합격 >

이 두 글자를 믿을 수가 없어 남편에게 연락을 했고 남편의 환호성과 함께 눈물이 터져버렸습니다. 곧이어 하교 중인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아들은 "정말? 정말?"을 몇 번이고 말하더니 이내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끝까지 무덤덤할 것 같던 녀석이 길거리에 주저앉아 꺼이꺼이 우는 소리에 저도 한참을 울었습니다. 오늘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 넣은 지난 3년이 생각나면서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을 아들. 얼마나 간절했을까요... 눈은 펑펑 내리고 그토록 원하던 학교의 합격 소식을 들어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는 그 상황이 꿈인가 싶어 실제 볼을 꼬집어보기도 했습니다.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집에 도착했는데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경로 안내를 종료합니다."라는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에 또 한 번 한참을 울었습니다.


어젯밤 저희 가족은 자축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도 못다 한 자축을 실컷 했습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당부를 하며 잠들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것을 기억하자.
축하의 시간이 조금 늦어지고 있는 친구들, 정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을 위해 오늘만 격하게 축하하자.
내일부터는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살자.
살다가 또 힘든 시간이 주어지면 오늘을 기억하며 힘을 내자.


아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늘 그랬듯이 등교를 했습니다.

함께 기도하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직 입시가 남아있는 모든 이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마지막 면접을 앞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