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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Jan 04. 2023

2023을 감사로 시작합니다.

[보글 보글 매거진] 글놀이 '2023'

소망과 희망이 넘쳐야 할 새해 벽두부터 저는 왜 우울하고 심란했을까요.


아들의 입시가 마무리된 것이 고작 보름.

방학과 동시에 강의와 봉사를 멈춘 것이 고작 열흘.

원인 모를 돌발성 난청과 어지럼증에서 벗어난 것이 고작 일주일.

2022년을 떠나보낸 것이 고작 하루 지났을 뿐인데 말이죠.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충만하던 자신감, 자존감은 오간데 없었고 해방감보다는 허탈감이, 홀가분함보다는 불안함이 앞섰습니다. 거기에, 돈 앞에서 치졸, 옹졸해지는 자신과 대면하자 '이러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걷잡을 수 없는 심경이 되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몸을 혹사시키는 거죠. 마음이 어지러울 땐 빡센 단순노동으로 내 정신을 마비시켜야 합니다. 온몸이 욱신욱신 쑤셔야 한가한 망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는 지난밤,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물류센터 알바를 하러 나갔습니다.


"갑자기 왜?"

"엄청 힘들다던데?"

"누가 같이 가재?"

"아빠가 절대 가지 말라 할 텐데?"

"내가 돈 더 벌어올게. 당신은 책이나 읽고 글이나 써."

"혹시 글 소재를 찾으려고 그래?"

"안 갔으면 좋겠는데..."

이렇게까지 만류하는데 가지 말까 수십 번 망설였습니다만, 결론은 '갈까 말까 할 때는 가자!'였습니다.


24시간이 지난 지금.

하룻밤 노동에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고 집안에 파스가 어디 있나 찾으러 다니는 일마저도 버겁습니다. 손과 얼굴은 튕튕 부었고 간밤 위경련으로 온종일 속이 쓰립니다. 그런데 마음은 더없이 평온합니다.

2023년, 우리 가족에게 들이닥칠 모든 액운을 지난밤에 몽땅 막아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3년, 어떤 시련이 닥쳐도 용감하게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이 생겼습니다.

지난밤 저는 매 순간 모든 이에게 감사하며 살 수 있는 마음 그릇을 빚고 왔습니다.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이렇게 부족한 글이라도 '쓸 수 있는 삶'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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