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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Feb 08. 2023

여전히 쓰고 싶은 나

[보글보글 매거진] 글놀이 "[셀프 칭찬] 나를 칭찬합니다!"

2019년 9월에 첫 글을 쓴 이후 꾸준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우연히 시작한 글쓰기, 참 재미있었습니다. 2022년 초, 서울숲에서 만난 어느 작가님은 제게 그러셨습니다. 제 글에서 '글을 쓴다는 것, 참 신나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엿보인다고요. 글도 점점 좋아지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또 신이 난 저는 더 열심히 썼습니다. 글쓰기는 어느새 일상이 되었습니다. 평생을 쓰고 살았던 사람처럼 말이지요.


그런데 2023년이 되면서 글쓰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쓰고 싶은데 무엇을 써야 할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언어의 빈곤, 상상력의 빈곤, 철학의 빈곤이라고 멋지게 표현하고 싶지만 쉽게 말해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예전에는 고개만 들려도 글감이 넘쳐나던 세상인데 이제는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도 아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매일아침 노트북을 펼치면 신들린 듯 자판 위에서 춤추던 손가락들이 요즘엔 깜박이는 커서만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시무룩해집니다. 보글보글 매거진의 주제가 주어지는 수요일과 어머님과의 마주이야기를 기록하는 금요일을 제외하면 브런치에 들어오는 일조차 버겁습니다. 제게도 글럼프가 제대로 찾아왔나 봅니다. 


요즘 제가 쓰는 글이 영 별로라는 남편의 한마디, 어서 다시 페이스를 찾아 열심히 쓰라는 이웃 작가님들의 격려, 그럼에도 텅 비어버린 머리, 글감도 사유도 언어도 잃어버린 저...

그럼에도 브런치를 떠나는 나, 글쓰기를 멈춘 나는 상상하기 힘듭니다. 무엇이든, 언제든 쓰고야 말겠다는 고집을 버리지 못합니다. 브런치에 천년만년 남는 브런치 고인물이 되겠다는 저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잘 쓰고 싶은 마음보다 오래도록 쓰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까닭입니다. 


미친 듯이 쓰고 싶은데 쓸게 없어 고민하는 나를 칭찬합니다.

쓸게 없지만 매일 노트북을 열어 브런치앱을 열고 빈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를 노려보는 저를 칭찬합니다. 

디카시를 써볼까 사진을 찍어보고, 소설을 써볼까 <소설만세>를 읽어보고, 디베이트와 관련한 글을 써볼까 구상만 한 달째인 저를 칭찬합니다.

머리가 텅 비었을 때는 생각 없이 게임을 하는 게 최고라며 스도쿠, 우도쿠 게임을 폰에 깔았다가 몇 시간씩 게임만 하는 저를 힐난하며 게임을 지웁니다. 그 짓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저를 칭찬합니다.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을 가리켜 '대가리에 똥만 들었다'는 표현을 쓰던데, 제 대가리에는 쓰지도 않는 글에 대한 생각이 가득 찬 것을 칭찬합니다. 

빈곤이 칭찬의 이유가 되어 오늘 글 하나를 완성한 것, 이마저도 칭찬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 글, 김장훈 작가님의 글입니다.

5명의 고정 작가와 객원작가의 참여로 보석 같고 보배로운 글을 써 내려갈 '보글보글'은 함께 쓰는 매거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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