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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Sep 06. 2023

악마에게 영혼을 팔 필요까지야...

악마의 잼이라 불리는 헤이즐넛 스프레드잼 누텔라.

함유된 설탕량과 어마어마한 열량으로 다이어터의 적이 분명하지만 특유의 맛과 질감은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아니 한 입만 먹은 사람은 없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다. 주로 식빵이나 크래커에 발라먹는데, 살짝 바르는 법은 없다. 일단 먹기로 작정한 이상 듬뿍, 양껏 발라야 제맛이다.


단것을 좋아하는 작은 아들을 핑계로 사둔 것이 떨어진 지 한참 됐다. 작은 통으로 하나 장만하려고 들어간 쇼핑앱에서 글쎄, '누텔라 비스킷'이라는 걸 발견하고 말았다. 맛있는 쿠키가 감싸고 있는 누텔라라니. 아니, 누텔라를 품고 있는 쿠키라니. 망설임은 구매만 늦출 뿐. 서둘러 구매했다. 양심상 하나만 먹어야지 하는 마음은 입속에서 녹는 쿠키와 함께 녹아버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세 개는 먹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맛이다.


몇 번이나 구매를 이어가고 주변 지인들에게까지 한 봉씩 선물하던 중 잠시 품절이 된 적이 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더 많이 사둘걸 싶은 후회, 안타까움보다 더 컸던 것은, 이러다가 완전히 사라지면 어쩌지였다. 누군가에게는 맛있는 쿠키겠지만 대중의 사랑을 크게 받지는 못해 사업주가 접어야 할 아이템이라면? 그래서 옛날에 그런 과자가 있었다더라 소문으로만 전해지는 전설 속 과자가 된다면...


나의 황당한 상상에는 근거가 있다. 합리적 의심이라 불러도 좋다. 어렸을 때, 얼마나 먹었으면 아직도 모든 것이 그려지는 과자가 있 때문이다. 시는 맛볼 수 없기에 아쉬운 맛도 한 스푼 첨가해야하는 그런 과자.


누리끼끼한 색깔에 통통한 굼벵이처럼 생겼다. 봉지를 뜯으면 진한 카레 냄새가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와그작와그작 깨물어 먹다가 한동안 입에 머금고 있는다. 그러면 입천장에 턱 달라붙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허물어진다. 이빨에 낀 것까지 샅샅이 찾아내 삼키고 나면 손은 어느새 또 한놈을 입에 밀어 넣고 있다. 그렇게 음미하며 먹었던 기억 때문에 아직도 입에서 그 향과 맛이 느껴진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B29 이야기다.


문득문득 생각나 다시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막상 재발매되었을 때는 관심도 없었다. 세상에 맛있는 과자가 얼마나 많은데 고작 카레맛 과자를 사 먹겠냐는 심보였나보다. 뻔한 카레맛, 그 맛이 그 맛이지... 사람들 마음이 똑같다는 건 B29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출시 3년 만에 다시 단종된 것. 〈'비 29'의 재생산을 바라는 카페〉를 만든 이들이 농심 측에 제안해 재출시한 것이라는데, 그들의 염원과 바람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못했나 보다.


누텔라 비스킷도 그저 혀끝에 남아있는 감촉과 맛으로만 회상할 날이 올 테다. 젊음을 되찾기 위해 악마와 거래를 했다는 파우스트처럼은 못한다. 악마의 잼을 위해, 그깟 달콤함 하나 때문에 영혼을 팔고 고통 속에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사실은...

이미 팔 영혼이 안 남아있을 만큼 악마의 맛에 넘어갔고 불어나는 체중으로 고통받을 만큼 받고 있다.



이 글은,

<라라크루 화요일 공식 갑분글감>이었던 "여러분의 인생과자는 무엇인가요?"에,

라라크루가 아니어도 글을 써보라는 수호 SUHO 작가님 글 마지막 문장에 현혹되어,

누텔라 비스킷과 커피를 벗 삼아 써보았습니다.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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