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큰아들의 방문을 열었다. 서늘했다. 헝클어진 이불, 바닥에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가지는 사람의 흔적이지만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전화를 했다. 받지 않았다. 이 새끼... 외박했다!!!
지난밤 아들에게서 술을 마시고 살짝 늦을 거라는 톡을 받았다. 분명 '살짝'이라고 했다. 살짝은 내 기준으로 2시다. 그러니 아침엔 제 방 침대에 누워있어야 앞뒤가 맞는다. 게다가 오늘은 공강이라 10시에 출근하는 스케줄 아니던가.
한참 뒤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 너 외박했어?
"어. 쏘리~~ 아침에 못 일어나 출근 시간에 늦을까 봐..."
- 엄마한테 미리 말해놓으면 되잖아!!!
"술 먹어서 학원 차를 두고 가야 하는데 그럼 출근하기 귀찮아서..."
- 대리하거나, 엄마한테 출근 부탁하면 되지!!!
- 미어캣인지 패럿인지도 학원에 들어온다며. 걔한테 물리면 어떡하려고!!!
"같이 잤어. 같이."
- 암튼 외박은 안돼!!! 잠은 집에서 자는 거야!!!
옆에서 듣고 있던 작은 아들이 물었다.
"그런데, 외박하면 왜 안 되는 거야?"
훅 들어오는 질문에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형에게 말하던 그 톤 그대로 다다다다 쏘아붙였다.
- 되겠냐?!!!!!!
- 살다 보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못 들어올 수는 있겠지. 그런데 술 먹다가 꽐라 돼서 집에 안 들어오는 것도 안되고 연락 없이 안 들어오는 건 더 안돼. 그건 가족, 동거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입장 바꿔 생각해 봐. 엄마가 연락도 없이 안 들어오면 넌 아무렇지도 않겠어?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엄마가 안 들어왔어. 전화도 안 받아. 그러면 어디서 잘 있겠지 그러고 넘어갈 거야?
"아니..."
- 거봐!!! 그러니까 외박하면 안 되지!!! 아빠 봐봐. 아무리 고주망태가 되었어도, 어떻게 왔는지 신기할 정도여도 집을 찾아오잖아. 그래야 된단 말이야!!!
처음 한 번이 어렵다. 그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당연한 것이 된다. 집에 오는 길은 몸이 기억한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가겠다는 신념만 장착하고 있으면 된다. 알았냐!!! (아직 화가 덜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