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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유정 Apr 10. 2024

엄마는 꽃 안 좋아해

< 라라크루 갑분글감 - 꽃 >

봄이 시작됐나 싶었는데 어느새 벚꽃이 피고 개나리가 만발했습니다.

어느 봄, 친애하는 작가님과 걸었던 서울숲 벚꽃길이 생각납니다. 꽃 이름을 줄줄 외던 지인과 식물원 가득한 꽃을 만끽했던 어느 봄도 생각납니다. 꽃을 잘 알고 좋아하는 지인들이 많지만, 저는 그들만큼의 감흥이 없습니다. '봄이구나, 봄이라서 꽃이 피었나 보다, 예쁘다.' 정도가 다입니다.

"너 T야?"라고 물어도 부정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입대를 이십일 앞둔 아들과 강릉 1박 여행을 갔습니다. 남들 다 하는 입대에 너무 호들갑 떨지 말라는 아들의 투정이 있었지만, 세상만사에 심드렁한 아들에게, 입대를 앞두고 시계가 멈추어버린 아들에게 바다도 보여주고 싶고 여유롭게 호텔 조식도 먹이고 싶어 강행한 여행이었습니다.


대관령 꼭대기에는 미처 녹지 못한 눈이 남아있는데 20여 분 떨어진 강릉에는 벚꽃이 만발했습니다. 꽃 감수성 유전자가 없는 저 같은 사람도 사거리에 멈춰 서면 벚나무가 더 많은 쪽으로 방향을 돌리게 되더군요. 너무 돌아가는 거 아니냐는 아들의 타박에도 아랑곳 않고 말이지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저는 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슴떨림이 없습니다. 엄마의 프사에 꽃 사진이나 명언이 올라오면 너무 싫을 것 같다 작은아들의 말에 일부러 더 관심 없는 척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꽃이 피고 지고, 녹음이 우거지고, 단풍이 들고, 눈꽃이 피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지는 것을 나이 듦의 척도로 여기는 젊은이 앞에서 초연한 척하는 것일지도요.


누군가 꽃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그렇노라고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피는 꽃보다는, 사시사철 제 앞에 얼쩡거리는 꽃에 더 마음이 가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 갤러리점점 꽃 사진이 늘어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꽃보다 아들들 사진이 많이 담겨있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봄만 되면 꽃... 꽃.... 꽃.....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화요갑분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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