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늘봄유정 Apr 11. 2024

선거, 잔치는 끝났다

긴긴밤이 끝났습니다. 

'내가 이렇게 총선에 관심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잠을 설친 밤이었습니다. 새벽 두 시까지 휴대전화를 놓지 못했습니다. 경합이 벌어지고 있는 관심 지역 몇 곳을 돌아다니며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개표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결과가 만족스러운 곳, 탐탁지 않은 곳이 혼재한 가운데 잠이 들었고, 꿈에서는 좋아하는 정치인의 선거운동을 하느라 고단했습니다. 


아침이 되자 온 세상이 선거 결과를 두고 시끄럽습니다. 

어제저녁, 출구 조사 소식을 듣고 밥맛이 떨어졌다는 이는 지금쯤 지인들을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눌지 궁금해집니다. 

지지하는 정치인이 당선되었다며 남편은 신바람이 났습니다. 

원하던 결과에 못 미쳐 울화통이 난다던 지인은 한참을 저에게 이야기하더니 그제야 속이 좀 후련해졌다고 합니다. 


정치에 관심 없다는 이들도 결과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선거 결과로 우리의 삶이 당장 변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막연한 기대를 품게 됩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말에 코끼리를 떠올리듯이, '정치에 관심 없다'는 말로 정치를 떠올리는 우리입니다. 


남편은 말했습니다. 아무리 잘했니 잘못했니, 심판해야 하느니 어쩌니 해도 국민에게는 나라가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가 보다고 말입니다. 선거라는 것이 늘 49 대 51의 싸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진영들이 서로를 향한 적절한 견제로 균형을 이루기를 바라는 국민들 때문이라는 겁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것 같았던, 시끌벅적했던 선거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그보다 더 시끄러운 매일이 펼쳐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만족과 불만족 사이, 여당과 야당 사이, 이놈과 저놈 사이에서 시끄러운 안정, 아찔한 평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남편과, 남편이 좋아하지 않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저처럼 말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