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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지 Dec 17. 2020

나의 런던 뮤지엄 인턴생활

World Rugby Museum

나는 영국 레스터대학에서 박물관학 석사과정(MA in Museum Studies)을 마무리하고, 런던의 남서부에 위치한 트위크넘(Twickenham)이라는 지역에서 약 8주간의 박물관 인턴쉽을 하게 되었다. 트위크넘은 런던의 zone 5에 위치한 외곽지역으로 런던의 부촌 거주지역이다.  매년 11월 럭비 시즌이 되면 럭비 경기를 보기 위해 영국의 많은 사람들이 트위크넘을 방문한다.

잉글랜드 럭비는 트위크넘에서!


월드 럭비 뮤지엄 (World Rugby Museum)은 럭비 경기장 안에 있는 박물관이다. 럭비는 영국 잉글랜드에서 탄생한 스포츠로, 스포츠의 기원과 유래가 자세하게 알려진 운동 중 하나이다. 럭비는 잉글랜드 워릭셔 주의 럭비(Rugby)지역에서 윌리엄 웹 엘리스 (William Webb Alice)라는 학생이 축구(football)를 하다 공을 들고 뛰게 되면서, 풋볼의 변종으로 삼아 경기를 했던 것이 럭비역사의 기원이라고 한다.


 

나는 월드 럭비 뮤지엄(World Rugby Museum)에서 큐레이터 선생님을 도와 BBC에서 기증 받은 1960년대 영국 선수들의 초상화 사진자료를 기록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사진마다 연필로 번호를 적고, 박물관 소장품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소장품의 특징에 대해서 기록 (archiving)하는 작업을 완성했다.

초상화 아카이빙작업의 흔적과 리치리치한 엘리트집안에서 온 것 같아 보이는 럭비소년

소장품 정리(Collection Management)를 주로 했지만, 럭비와 관련된 미니어쳐 게임도 있었다. 나의 라인 매니저에게 전시하는 일도 배우고 싶다고 하니, 어느날 이렇게 귀여운 미니어쳐 게임을 들고와서 유리 디스플레이 안을 채워보라고 했다. 미니어쳐 게임 조립하면서 내가 일하고 있는 건지(?), 놀고 있는건지 (?) 헷갈렸지만 게임을 구성하는 재미가 있었다.


약 2달간의 짧은 기간 동안 럭비박물관에서 근무했지만, 영국인들과 함께 근무해보면서 좀 더 학생 때와는 다른 직장인의 워킹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었고, 업무에 대해서 더욱 책임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한국의 국립박물관에서 일했을 때에는 정해진 점심시간이 있었고, 점심시간에 다같이 함께 구내식당으로 가거나 친한 사람들끼리 외부에서 삼삼오오 밖에서 점심을 먹곤 했다. 그래서 점심시간 한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오후 시간이 되면 밥을 많이 먹어서 졸리기도 했다.


당 떨어질 때 마다 staff canteen으로 가서 따뜻한 티 한잔과 달달한 비스킷을 먹었다.


실습 첫날, 나의 사수인 Deborah는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1시간의 점심시간을 가져도 된다고 했다. 내가 배가 고프면 11시 30분 부터 1시간을 가져도 되고, 혹은 업무 때문에 오전에 일이 바빴다면 늦은 1시부터 한시간의 휴식시간을 가져도 상관없었다. 나는 정형화되지 않은 점심시간과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Debbie, Amy와 인턴 마지막 날에!


더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Deborah가 점심시간 1시간 동안 박물관 근처에 짐에서 헬스를 하고 온다는 점이었다. 20분동안 런닝머신 뛰고, 20분동안 웨이트를 하고 20분동안 샤워하고 업무에 복귀한다는 점이었다. 이렇게까지 시간을 쪼개서 운동을 하는 것을 보니 점심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점이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Deborah는 점심시간 운동 후에 오자마자 밥을 먹으면서 밀린 이메일 답장을 하고, 더욱 생산적인 오후를 보내는 듯 했다.


영국 워킹컬쳐에서 또 신기한 점은 각자 알아서 밥을 먹는다는 점이었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혼밥, 혼술하는 문화가 점점 익숙해지는 것 같다. 처음 박물관에서 일하게 될 때, 각자 오피스 데스크 앞에 앉아서 자신들이 싸온 도시락을 먹는 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나는 가난한 (?) 학생이니, 돈을 아끼기 위해서 도시락 싸다니는 것이 익숙해졌지만, 다른 직원들도 Tesco에서 ready meal(간편요리식)을 사서 먹거나 저녁에 먹고 남은 파스타를 도시락 싸오는 등 도시락 문화가  잘 자리 잡히는 것 같았다.

영혼의 단짝 토르텔리니와 웨이트로즈 샌드위치

처음에는 ‘한국인은 밥심이지~’하면서 밥을 먹고 싶었으나, 외국에 살다 보니 제대로 된 밥과 반찬을 먹는다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샌드위치를 먹는 영국인 직장동료는 샌드위치 먹은 후 사과 1개 혹은 감자 칩 (Crisps)을 먹는 것이 모두 국룰이라도 되는 듯이 도시락을 준비해왔다.


한 여름의 뮤지엄 챌린지!


한국에서 직장생활하면서 ‘공동체 문화’에 익숙해지고 친분에 따라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기 마련인데, 영국에서는 이와 반대로 점심시간 마저 각자 알아서 먹고 일하자 라는 ‘개인주의’를 느낄 수 있었다. 서로 반대되는 조직문화를 경험하면서 어느 스타일이 잘 맞는지는 각자 다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영국의 조직문화가 좀 더 편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석사생활을 마치고 진짜 영국 사회와 영국 문화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던 월드럭비뮤지엄에서의 인턴생활은 나에게 새롭고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가끔 이 때가 그리워지면 나의 브런치 포스팅에 돌아올 것이다! :)


World Rugby Museum

홈페이지:  http://worldrugbymuseum.com/

주소: Twickenham Stadium, Whitton Raod, Twickenham, TW2 7BA,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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