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윤지 Sep 24. 2020

나와 런던, 혹은 영국

나는 다른 어떤 나라마다 유독 영국을 자주 방문했다. 2014년 처음가봤으니.. 매년마다 한번씩은 가고 있는 셈이다. 2016, 2017, 2018, 2019, 2020 어째 되었던 새로운 해마다 나는 매번 영국 런던에 있었고, 나에 인생에 있어서 영국은 빠질 수 없는 키워드였다. 그런데 이제 조금씩 헤어지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코로나 때문에 그런지 아니면 내가 얻을 수 있을 만큼 다 얻었다고 생각한 것인지? -



영국을 간 것에는 매번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다. 처음에는 교환학생으로, 다음은 석사로, 다음은 워홀로 이유를 가지고 영국을 갔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로 '과연 내가 영국에 있는게 어떤 의미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얼 위해서 해외에서 연고도 없이 혼자 있다는게 무섭고 고립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해외에 계속 가려고 했던 것도 매슬로 욕구 5단계 중 가장 높은 5단계를 실현하고 싶었던 건데, 2단계 안전의 욕구가 위협받으니까 진짜 마음이 불편했다.


영국 워홀을 겨우 결심해서 2달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제대로 바깥 생활을 못했던 것을 제외하더라도 나는 박물관에서 구직활동을 희망했다. 런던 V&A 박물관 Korean Collection의 Assistant Curator의 서류를 통과하고 인터뷰를 보려는 찰나, 이 황금같은 기회는 코로나로 인해 7월로 미뤄지고 말았다. (이 글을 수정하는 시점인 9월에도 아직도 면접은 무기한 연기만 되었다.) 만약, 내가 인터뷰 절차를 잘 통과하더라도, '내가 런던에서 살아가야할 이유'는 뭘까? 안전을 담보로 내가 런던에 머무르는게 맞는 걸까? - 내가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해야할 일인가?




정말 복합적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영국워홀을 위해 다시 가는 것도, 워홀비자를 가지고 겨우 간 영국에서 코로나 때문에 다시 한국에 돌아오는 것도. 그러덧 나는 어느 덧 20대 후반이 되고, 조금씩 '자리잡기'에 대해 부담스러워졌던 것 도 있는 것 같다. 이제 어딘가에 정착을 하고 자리를 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이 밀려왔다.


나는 영국에 왜 가고 싶었던 걸까? 나는 성공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흔히 생각하는 '커리어우먼'의 이미지. 아침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시키고, 글로벌한 환경에서 글로벌한 동료들과 인사를 하고, 센트럴에서 화려하게 걷고 있는 것들. 그런 이미지들이 늘 있어왔던 것 같다. 그리고 영국에 석사공부를 하러가는 것은 이 이미지의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했다.


박물관학을 배웠던 것은 아쉬움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미래의 진로는 항상 박물관의 큐레이터(학예연구사)를 생각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한국에서는 학예연구직 시험을 준비했다. 물론 한국에서도 시험을 치지 않고 학예사가 될 수는 있으나, 뭔가 잡음이 많이 있을 것 같았다.(정규직과 비정규직 공무원에서 오는 차이와 차별 등) 그래서 최대한 시험을 쳐서 정규직으로 입사하고자 약 일년 반동안 공부를 계속하였다. 이번에도 시험에 또 떨어진 것을 보고, 이제 내가 이 길을 계속 가야하는지, 아님 나의 미래는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건지, 스스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진로에 있어서 의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점점 마음 속의 욕심을 비우고, 마음의 잡념을 비우려고 많이 노력을 했다. 그렇게 수없이 서류와 면접에서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운의 흐름을 탔는지 이번에 한꺼번에 4군데나 합격을 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하게 된 나의 next chapter은 제주도에 있는 영국계 국제학교이다. 돌고 돌아서 다시 영국과 엮이게 되었다.


영국과 짝사랑 하던 내 마음을 정리하고, 이제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그래서 영국과의 인연을 스스로 정리하고 비워내니까, 또 다시 나는 영국과 엮이게 되었다. 가늘고 긴 인연, 이번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게 될지 기대가 된다. 제주도라는 섬이라는 위치와 교사 대부분이 영국인 이라는 점은 나에게 '미니 영국'이라는 기분이 들게 된다. 영국영어로 둘러 쌓인 곳에서 영어로 일하지만, 한국이라는 점. 이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은 새로운 직책으로 시작하게 될 하반기가 무척 기대가 된다.

이전 04화 V&A의 한국관 (Korean Collection)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